미국의 미래를 결정할 대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고작 1~2%포인트. 그 누구의 당선도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이다. 내로라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예상들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와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각각 미국은 어떻게 변화할까. 시나리오를 살펴보자.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정치판에서는 '초짜'나 다름없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0년간 집권하며 유지했던 정책적 연속성도 깨지게 된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불확실성'이 일상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의 당선이 확정되면,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한 금융시장이 먼저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 글로벌경제 부문장은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대규모 매도(sell-off)가 벌어질 것"이라며 "정책적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산시장은 L자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에릭 지제비츠 다트머스대 교수 역시 이에 공감하며 트럼프 당선시 주식시장이 7%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시장 역시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보호무역주의에 기울어져 있지만, 트럼프가 더 보호무역에 쏠려있다.
이달 금융시장이 요동치면 내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Fed가 지난 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내달 금리인상을 시사하며 금리를 동결했지만, 트럼프가 당선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CNN방송은 "12월 금리인상은 보장된 것이 아니"라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국제금융시장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연준이 다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영국 미러지는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멕시코와 접한 남쪽 국경에 대형 벽을 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법이민자들도 대거 축출한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방비를 핑계로 내세워 무슬림에 대한 미국 입국 금지조치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카 액션포럼은 트럼프의 주장대로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할 경우, 민간부문 총생산이 최대 6200억달러(약 720조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후보 시절의 '막말ㆍ막무가내 정치'가 일상화될 가능성도 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식 정치'를 하는 것으로 유명한 메인주 주지사 폴 르페이지의 행보를 보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후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르페이지 주지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옥에나 가라"고 막말을 하는 한편, "지금 메인 주의 적은 유색인종이나 히스패닉"이라며 이들에 대한 총격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불통 정치로도 유명하다. 주 정부 관리들에게 민주당 측과의 접촉을 금지시킨 것. 여성 노동자들을 독려하는 '로지 더 리베터' 벽화를 '반기업적'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없애버리기도 했다. 트럼프의 발언 수위가 그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메인 주처럼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물론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2007년 금융위기를 예견하는 책 '블랙 스완'을 썼던 나심 탈레브는 "사람들이 그렇게 볼 뿐, 트럼프는 그렇게까지 무서운 존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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