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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한달]"5000만 전국민이 감시 대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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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대상자도 아닌데 타격…"내가 피해입을 줄은 몰랐다"
'감사함' 대신 '눈치보기' 달라진 일상
식당·꽃집·제과점 "줄줄이 문 닫게 생겨"…돌잔치마저 부담스러워 취소

[청탁금지법 한달]"5000만 전국민이 감시 대상자로"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직장인들이 카드와 현금으로 각자의 식대를 지불하고 있다.(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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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3ㆍ5ㆍ10만원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괜히 애매하게 걸려 구설수에 오르느니 금액 상한선 미만이라도 서로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게 된 거죠. 이게 서민들이랑 무슨 연관이 있느냐 할 수도 있는데 당장 학교 앞 소상공인들 보세요. 과일가게ㆍ빵가게ㆍ떡집까지 결국엔 다 타격을 받게 돼 있어요."

서울 시내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학부모들이 아이들 등ㆍ하교 시켜주면서 1만원짜리 롤케이크 한 개, 커피 한 잔씩 사가곤 했는데 최근 한 달 새 이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이같이 성토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이 일반 서민들의 생활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ㆍ청탁'보다는 감사의 인사로 전했던 떡ㆍ빵ㆍ꽃의 의미가 퇴색되고 음료 한 잔 건넬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청탁금지법의 대상자가 공직자, 언론인, 교사 등 직무관련성 있는 비단 400만명이 아니라 5000만명 전국민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마포구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최모(39)씨는 최근 사업을 접었다. 학교 앞에서 가게를 운영해왔던터라 학부모 및 행사 수요 덕분에 그럭저럭 유지돼왔는데 지난달부터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특히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하루 매출이 3분의1로 줄었다. 생화다보니 1~2일만 지나도 꽃이 시들어 매일 울며겨자먹기로 폐기했다.


최씨는 "빚을 내서라도 버텨볼까 했지만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문을 닫게 됐다"면서 "공직자와는 전혀 상관없던 나한테까지 청탁금지법 영향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화훼공판장에서 경매일을 하는 소모(31)씨는 꽃 수요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소씨는 "청탁금지법 시행되면 난(蘭) 업체들만 죽고 5만원짜리 미만의 작은 꽃화분을 다루는 곳들은 잘 될줄 알고 반색했었다"면서 "그러나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꽃 한 송이조차 선물하기 부담스러워지면서 아예 꽃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입사한 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짤릴까봐 불안하다"고 읍소했다.


서울시 공무원인 김모(35)씨는 다음달 중순으로 예약된 첫째 아들의 돌잔치를 취소했다. 가족ㆍ지인들을 초대해 돌잔치를 하려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가 돌잔치는 경조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아 지인들을 부르기가 더욱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경조사가 아닌 자리에서 금전의 직접제공은 청탁금지법 제재대상이다.


택시 기사들도 울상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야간 승객이 줄어들면서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되면서 사람들이 술자리를 멀리하면서 야간 승객에 새벽 승객까지 눈에 띄게 줄었다. 대리기사들도 마찬가지다.


강남을 중심으로 대리운전을 하는 김모(41)씨는 "우리처럼 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법이)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면서 "12시만 지나면 일이 거의 없고, 어떤 날은 한건도 못 잡고 귀가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제약사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법인 카드 사용을 금지했다. 민간기업인만큼 이 회사는 청탁금지법 대상도 아니지만, 의약품 허가와 약가 등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공무원과 접촉이 잦은데다 마케팅 대상인 대학병원 의사 역시 청탁금지법 대상인 탓이다.


이 제약사 직원은 "외국계 기업들은 가뜩이나 자율준수 규정이 강한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더욱 엄격해졌다"면서 "지금은 아무도 못 만나는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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