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3분기 제조업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고심도 깊어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와 현대자동차 파업 등에 따른 생산 차질 여파가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갈수록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의 모습을 단면적으로 보여준 지표였기 때문이다.
26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지난 24~25일 울산과 포항의 지역본부를 방문한 길에 우리나라 주력산업인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업계 현황도 함께 살폈다. 이 총재는 이번 출장에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에쓰오일, 철강업체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며 업계 현황과 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총재가 지역본부 업무 점검 길에 제조업 현장을 직접 찾아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이는 우리 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이에 따른 한은의 역할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 3분기 제조업은 -1.0% 성장을 기록, 2009년 1분기(-2.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성장 기여도는 -0.3%포인트까지 떨어져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0.6%포인트) 이후 가장 낮았다.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이었던 제조업이 이제 성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제조업 부진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이어지면서 설비투자도 -0.1%로 뒷걸음쳤다. 수출도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제조업 부진이 수출 둔화, 설비투자 감소 등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4분기에 제조업이 극적으로 부활할 가능성도 낮다. 한은은 3분기 GDP 산정 때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영업손실 2조원을 모두 반영했지만 갤럭시노트7의 후폭풍은 여전히 남아있다. 갤럭시노트7의 공백을 애플의 아이폰7이 무섭게 파고들며 한국의 수출 실적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자동차 파업에 따른 손실 악재는 4분기에 사라졌지만 판매가 얼마나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현대·기아차의 올 들어 9월까지 글로벌 판매실적은 562만1910대로, 작년 같은시기보다 1.8% 줄어든 상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계열사 전 임원의 임금을 10% 자진 삭감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위기감 때문이었다.
이 총재도 제조업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걸 잘 안다. 한은은 지난 13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전달 개제한 경제주체의 심리가 다소 호전됐다는 문구를 삭제하기도 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정부가 산업별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밑그림을 갖고 업계와의 긴밀한 협의하에 구조조정을 경제논리에 따라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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