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기초원료 23만t 증설…"공급과잉 제품은 고부가로"

대산 NCC공장 에틸렌 23만t 증설…2870억 투자
공급과잉 지목된 PS, 고부가 ABS로 전환
PS 5만t 줄고 ABS 3만t 확대

▲LG화학 NCC공장 전경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LG화학이 공급과잉 범용 제품으로 지목된 폴리스티렌(PS) 제품라인을 고부가 ABS(고급 플라스틱 소재)로 전환한다. 고부가 제품 확대에 필요한 기초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2870억원을 들여 NCC(납사분해시설) 증설에도 나서기로 했다.

LG화학은 16일 이같은 내용의 '사업구조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맞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우선 LG화학은 2019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에틸렌 23만t을 증설할 방침이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제품을 만드는 기초원료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생산되는 납사를 분해해 만든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 대산공장의 에틸렌 생산량은 기존 104만t에서 127만t으로 늘어 세계 NCC 단일공장 중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여기에 여수공장의 116만t을 더하면 LG화학의 연간 에틸렌 총 생산량은 243만t으로 확대된다. 회사측은 증설로 인한 매출 증대 효과로 4000억원 이상을 예상했다.

LG화학 관계자는 "특히 이번 NCC 증설은 기존보다 설비효율이 높은 공정을 도입하는 등 투자효율성을 극대화해 기존 신규 건설과 비교해 투자비를 절반 이하로 낮췄다"며 "증설 가동 이후에도 여수공장 수준으로 에너지 원단위를 낮춰 원가경쟁력을 지속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NCC 증설을 결정하게 된 것은 고부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LG화학은 최근 고부가 제품 매출을 현재 3조원 규모에서 2020년 7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사 대비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 역시 최근 발표한 석화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서 국내 NCC설비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대규모 생산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에틸렌 증설과 함께 공급과잉 제품을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작업에도 나선다. LG화학은 정부의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목된 여수공장 내 PS 생산라인 2개 중 1개 라인을 내년 상반기까지 고부가 제품인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남은 1기 라인(5만t 규모)은 해외 기술 라이센싱 역할(기술료 수입)을 수행하고 내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남겨둘 방침이다.

생산라인 전환이 완료되면 LG화학의 PS 국내 생산량은 연간 10만t에서 5만t으로 줄어들며, ABS 국내 생산량은 연간 85만t에서 88만t으로 3만t 늘어난다. 고기능 ABS는 대표적인 고부가제품 중 하나로 내열성과 내충격성, 가공성이 뛰어나 자동차와 가전·IT 소재에 주로 쓰이고 있다. LG화학은 이 분야 세계 시장점유율 2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제품 전환을 통해 LG화학은 공급과잉 제품을 줄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의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 사장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원가 경쟁력 강화와 사업구조 고도화라는 방향성은 물론 실행과 변화의 속도도 무척 중요하다"며 "LG화학은 한 발 앞선 선제적 투자로 어떤 상황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확실하게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