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기업, 양적 성장 단계에서 소비자 중심 질적 진화 모습 보여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이익급감 소식은 한국경제에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미국 내 리콜은 매년 파업에 시름하면서 18년 만에 글로벌 판매량이 역성장한 현대차에게는 간단치 않은 문제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13일 "갤노트7의 실패는 황제경영의 폐해"라고 일갈했다. 그는 30대 상장기업 순이익의 80%를 삼성과 현대차가 차지하고 있고 그중 삼성전자가 50%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두 기업의 생사가 한국경제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한국경제 간판인 두 기업의 위기를 보면서 역설적으로 자신감이 생긴다.
우리나라를 이끄는 양대 기업이 물량 중심의 양적 성장단계에서 소비자 중심의 질적 진화단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갤노트7의 발화에 대한 정확한 원인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소비자 안전 최우선주의를 실천한 것이다.
그 동안 한국경제는 제조에서 혁신의 단계를 밟아왔다. 그러나 경영혁신은 이를 뛰어넘지도 따라가지도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각에서는 갤노트7 단종에서 일방통행식 경영관행과 무리한 사업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이폰 신제품 출시 등을 고려해 수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스마트폰의 통합적 안전을 가볍게 여겼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이 사실이라면 물량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관행은 철저하게 개선돼야 한다.
다만, 발화사고 이후 삼성전자의 판단은 빨랐고 실행은 과감했다. 전량 리콜과 단종, 그리고 이익감소분의 빠른 공시는 소비자 안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하나 삼성전자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은 임직원들의 질적 성장이다.
당초 개별 사안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고려했던 삼성전자 경영진에 전량 리콜을 요구했던 것이 삼성전자의 직원들이었다. 자사제품, 더 나아가 삼성이라는 브랜드 신뢰도에 금이 가면 안 된다는 자긍심이 그 원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성과급을 받지 못하더라도~'라는 강한 뜻을 비치기도 했다.
나가모리 시게노부 일본전산 사장은 "일류 기업과 삼류 기업의 차이는 제품의 품질이 아니라 직원의 질에 달려 있다. 능력은 일류인데 인간성은 삼류라면 당연히 그 실적은 오류 이하가 되기 마련이다"고 단언했다.
이번 갤노트7 사태를 통해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더욱 성숙해졌을 것이고 질적 성장을 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삼성제품을 타사 브랜드 제품으로 바꾸지 않겠다고 한 근간일 것이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된 세타2엔진 장착 차량 22만 여대의 보증기간을 5년 10만km로 종전보다 두 배 가량 이 늘리기로 결정한 것도 질적 성장의 한 단면이다.
또 보증기간이 종료돼 유상 수리한 고객에겐 수비리와 렌트비, 견인비 등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했다. 소비자 중심의 경영판단으로 평가받을 만 하다.
지금까지 현대차는 내수 차별 논란이 일 때마다 시장의 차이 등을 거론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 한 모습을 보여 국내 소비자들의 반발을 샀다.
세계 경제는 어두운 터널 속에 있다. 터널을 벗어나더라도 화창한 하늘 아래 쭉 펼쳐진 아스팔트가 아니라 절벽을 맞이할 공산이 더 크다.
위기를 넘을 수 있는 가장 큰 동력은 기업의 혁신적인 성장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에게 다가온 뼈아픈 통증이 성장통이 될 수 있도록 한국 간판기업들에 대한 응원이 필요한 때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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