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400여 시장 참여시켜 경쟁력 끌어올린다 했지만, 관광객들은 "별 매력 없어"…대형유통가만 북적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관광축제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진행중이지만 전통시장을 향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지난 주말 서울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쇼핑을 하기 위한 중국관광객(요우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요우커들에게 인기인 과자 코너에는 좁은 공간에 몰린 인파 때문에 지나가기 위해 줄을 서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차오콴유(29)씨는 한국 드라마에 나온 상품들을 사기 위해 이날 롯데마트를 찾았다.
차오씨는 "드라마 '닥터스'에 나온 샴푸를 사려고 왔다. 한국 방송프로그램에 나오는 물건들을 사고 싶어서 일부러 마트를 여행일정에 넣었다"며 "코리아세일페스타 때문에 할인하는 상품도 많고, 다양한 사은품도 준다기에 이것저것 넣다보니 계획했던 것보다 지출이 커졌다"며 웃었다.
같은 시각, 서울 수유마을시장은 코리아세일페스타 행사가 한창이었다. 가래떡 나눠주기, 풍선아트행사, 버스킹 공연 등이 진행되고 있었다. 다채로운 행사로 가득했지만 관광객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홍대 근처의 망원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장을 보기 위해 나온 주민들만 있을 뿐 관광객의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남대문, 동대문 시장엔 그나마 외국인관광객의 모습이 꽤 보였지만, 요우커들로 가득찬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비교하면 턱 없이 적은 숫자였다.
딸의 옷을 사기 위해 홀로 남대문 시장에 들린 천루오옌(31)씨는 "남대문시장이 아동복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특별히 온 것이다. 친구들과 같이 여행왔지만 다들 시장엔 관심이 없어서 혼자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전통시장 활성화 보완대책'을 발표하고 요우커 등 외국관광객 유입 촉진, 청년몰 등 청년상인 집중 육성, 온누리상품권 1조원 판매 달성 등을 통해 전통시장 활력을 회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에도 작년보다 2배 이상 많은 400여개의 시장을 참여시켜 전통시장 경쟁력을 끌어올리려고 했지만 외국 관광객들의 마음까지 붙잡지는 못했다.
중국관광객들은 한국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로 정보의 부족과 특별한 매력이 없는 점을 꼽았다.
차오콴유씨는 "아무래도 한국을 떠올리면 화장품과 드라마가 먼저 떠오른다. 또 전통시장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다"며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니까 그 곳에 등장하는 장소나, 상품에만 관심을 갖게되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천루오옌씨 역시 "사전정보가 부족하다"며 "중국에도 한국과 비슷한 시장이 있다. 규모도 훨씬 크다. 한국 전통시장만의 특징이 없어서 굳이 시장을 찾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시장 활성사업을 맡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의 활성화 방안은 시설 현대화 사업같이 시장 상인 중심이었다. 사실 외국에서 시장을 관광하는 것은 깨끗하고 시설이 좋은 것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것으론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라며 "포장 개선, 상품 개발 등을 통해 고객 경험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봤다.
수유전통시장상인회 최진호 전무는 "시장에는 아무래도 외국관광객들이 살 물건이 한정적이다. 김 같은 것들이 전부다. 중국인들이 한국 양말을 좋아하는 데, 아직 시장에는 포장이라던지 상품개발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며 "디자인을 개선하고 외국관광객을 위한 상품을 준비할 계획이다. 또 하나의 샾을 열어서 시장에서 만든 브랜드를 직접 보고 살 수 있게 하거나, 외국 언론과 SNS를 통해 홍보하는 등 전통시장의 글로벌 도약을 위해 힘쓸 것이다"라고 전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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