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현대자동차노조가 임단협 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에 나서면서 현대차 개별회사의 손실만 3조원에 육박하고 자동차산업과 실물경제 전반에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3일간의 연휴 이후에도 노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파업이 이어질 경우 손실규모는 3조원을 넘어서며 국가경제 전반의 피해로 확산될 조짐이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의 특근 거부와 24차례 파업으로 인해 생산차질 규모가 13만1000여 대에 2조9000여억원에 이른 것으로 회사측은 추산했다. 이번 주에 부분파업을 벌이면 당장 손실규모는 3조원을 넘어선다.
현대차의 파업은 반등을 노리던 수출과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었다. 지난 8월 20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마감하며 반등에 성공한 수출이 한달만인 9월에 다시 마이너스(5.9%감소)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특히 "자동차업계의 파업이 수출 감소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로 인해 수출액 11억4천만 달러가 감소했고, 2.6%포인트 수출 감소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생산 부진 탓에 8월 제조업 가동률도 7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8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1% 감소했다. 특히 자동차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1%나 줄어들어 파업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다.산업부에 따르면 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완성차 약 6만6000대의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기획재정부는 9월 들어선 자동차 파업이 장기화하고 삼성 갤럭시 노트7 리콜 사태와 김영란법 시행 영향으로 생산과 소비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산업의 대외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한국의 연간 자동차 수출은 2000년대 초반까지 150만∼160만대 수준으로 세계 5위권을 기록했다가 2005년 스페인과 미국 등을 따돌리고 사상 처음 3위에 올랐다. 그러나 멕시코에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투자를 늘려 현지 생산과 수출이 늘어나면서 올들어서는 독일과 일본에 이어 멕시코에 4위 자리를 내주었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한국의 누적 자동차 수출은 169만2906대로 작년같은기간보다 14.4% 감소했다. 반면에 멕시코의 같은 기간자동차 수출은 181만5566대로 작년같은기간보다 2.7%줄었지만 한국보다는 12만2660대 많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교역환경 악화와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침체, 경쟁우위 약화,노조 파업 등에 따른 생산 차질 등을 수출 감소의 복합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파업의 피해가 확산되자 현대차파업을 보는 각계의 시각도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이미 긴급조정권 발동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고 중소기업계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서면서 제품 불매운동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파업 지속시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게 돼 국민과 함께 불매운동 등 특단의 대응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가 부분 파업에 돌입한 7월부터 전면 파업을 단행한 최근까지 2개월간 협력업체의 현대차 공급 부품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최대 50% 줄어들었다. 전면 파업으로 인한 협력업체들의 총 손실 규모는 하루 9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현대차 평균 1년 임금은 1억 원에 달해 보통 중소기업보다 2배 정도가 높다"며 "그런데도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단행해 중소기업인은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임금 격차를 야기한 주범"이라며 "임금 격차로 청년 일자리 미스 매치 현상이 발생하는 데다 고용 불안 상황도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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