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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물가, 그리고 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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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과 물가, 그리고 성장률 '김영란법'이 시행된 28일 저녁 서울 여의도역 인근 A일식전문점의 홀이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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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시행 후 소비부진 예상보다 심해
일부 업종선 가격파괴·저물가 부추겨
한은, 0%대 소비자물가 고착 우려
4.3% 경상성장률 달성도 물건너가나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현진 기자] '물가, 성장률 그리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한국은행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 9월28일 김영란법의 전격 시행 후 한국 경제의 향방이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은은 그동안 물가와 성장률을 염두해 기준금리를 결정했다. 여기에 김영란법이란 복잡한 함수가 하나 더 더해졌다. 당장 10월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김영란법의 경제적 파장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김영란법이 한국 사회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것이란 일반적 시각에 대해 한은도 공감한다. 문제는 단기적인 경제 위축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어느 부분까지 확산될지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법이 시행되면서 일부 농ㆍ수ㆍ축산업계와 고급 한정식, 골프장 등의 매출 감소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한은 역시 지난 7월 수정 경제전망 발표 당시 이 부분을 어느 정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2.7%로 낮췄다.


그런데 법 시행 직후 일부 내수시장에서 나타나는 소비부진 현상은 예상보다 더 가파르다. 고급 음식점들의 경우 법 시행 후 저녁 손님이 아예 뚝 끊기면서 소비절벽 현상을 겪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 상황도 비슷하다. 10월에 예정됐던 기업체 행사가 모두 취소됐고 소규모 단체 부킹도 없다. 골프업계 한 관계자는 "10월에 잡혀있던 단체 행사가 전면 취소됐다"며 "대기업 계열 골프장의 경우 본사에서 '이런 것은 하지마라', '저런 것은 하지마라' 이런 지침이 내려와 어떤 마케팅도 못 펼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 업종의 매출 감소가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당장 성장률이 급락하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문제는 경제 심리다. 소비위축이 성장률을 낮추고,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한은은 우려하고 있다.


한은의 물가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물가를 지렛대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복안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경상성장률은 경제성장률(실질 GDP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합한 개념인데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을 4.3%로 제시했다. 올해 5월부터 소비자물가는 0%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후에 일부 업종에서 가격파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현재의 저물가를 부추키는 요인이다. 예상했던대로 고급 음식점들은 3만원 이하에 맞춘 영란세트를 경쟁하듯 선보이고 있다. 화훼업계도 5만원 이하의 난 등의 마련하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의 후원이 끊기면서 공연 관람권의 가격도 떨어졌다. 오는 12월 세계적 지휘자인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내한공연을 개최하는 기획사 '빈체로'는 최고 30만원인 2층 좌석 전체를 2만5000원짜리로 낮춰 팔고 있다.


물론 이들 항목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 소비자물가 지수 전체 가중치(1000중) 중 김영란 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골프장이용료(1.5)와 골프장(1), 소고기 외식(4), 생성초밥 외식(1.7), 생선회 외식(6.8), 생화(0.4), 원예용품(0.1) 등의 가중치는 16.5로, 단일 항목 중 가장 가장치가 높은 전셋값(62)의 30%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지금같은 초저물가 상황에선 이들 변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한은의 얘기다.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0.4% 오르는 데 그쳤다. 이달에도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서는 물가 설명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물가나 성장률이 김영란법 이후 단기적으로는 떨어질 거라고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경제는 워낙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물가에 어떤 영향 미칠지,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얼마나 영향이 미칠 지는 사실 알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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