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여당의 자중지란을 틈타 두 야당이 경제민주화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 아동수당 도입과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 거부 발(發) 내홍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더민주는 28일 만 12세까지의 아동에게 매달 10만~30만원씩을 지원토록 하는 아동수당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제정안은 0~2세에게는 매달 10만원, 3~5세는 20만원, 6~12세에게는 3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급 수단은 현금이 아닌 주소지 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시장 등에서만 쓸 수 있는 바우처로 했다. 지역 경기 활성화를 위한 조치다.
국민의당은 27일 법인세 및 소득세를 인상하는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엔 종합소득과세표준 기준으로 '3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1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고, 각각 세율을 41%와 45%로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과세표준 200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을 현행 22%에서 24%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했다.
아동수당과 증세는 경제민주화의 일환이다. 전자는 저출산 대책과 양극화 해소를, 후자는 소득재분배 등을 목적으로 한다. 모두 내년 대선까지 상당한 영향을 끼칠 의제인 셈이다. 때문에 두 야당이 대선용 의제를 선점키 위해 해당 어젠다를 제기했단 해석이 나온다. 실제 박광온 더민주 의원은 아동수당법 제정안 발의에 대해 "대선 핵심이슈 선점에 나선 것"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아동수당의 경우엔 새누리당 내에서도 놓친 의제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앞서 새누리당은 아동수당에 대해 적극적으로 도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저출산·고령화특별위원회는 지난 8일 현금성 지원 방안의 하나로 아동수당 지급을 논의키로 했었다.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원회에서도 아동수당 도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단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아동수당과 증세를 공론화한 시기다. 공교롭게도 새누리당이 국감 보이콧 등을 놓고 갈지자 행보를 보인 기간과 겹쳤다. 두 야당이 집권여당의 자중지란 속 틈새를 공략한 양상이다. 새누리당의 대응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대선용 의제는커녕 당장 내부 단속도 힘겨운 까닭이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8일 국감 복귀를 선언했지만 친박(친박근혜) 강경파의 반발로 무산됐다.
새누리당의 균열은 29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게재해 국감 참여 의사를 명확히 했다. 그는 "국방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말을 여러 번 해왔다"며 "저는 제 말에 책임을 져야한다. 국방위원회 국정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조원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최고위원·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당은 당론이라는 게 있다. 당의 결정이란 게 있다"며 "당의 결정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분들은 거기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것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대부분 의원들의 입장"이라고 경고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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