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층 롯데월드타워 진도9 견디는 내진설계…"탄성 유지, 흔들림 줄이는 기술"
국내 초고층 진도 6까지 견뎌…승강기 고장·외벽 마감재 추락 등 2차 피해 우려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해운대 60층에 거주 중인데 건물이 흔들려 아이를 안고 뛰어 내려왔다''고층 이웃집에서 비명소리를 들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사상 최고 강진(규모 5.8)이 발생한 이후 '지진 공포'가 전국을 휩쓸면서 초고층 건물의 '내진설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초고층 아파트 거주자들의 제보가 이어지면서 불안감은 배가 된 상황. 최근 몇 년 새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는 100층 안팎의 초고층이 건물이 급격하게 많아진 것 역시 우려를 낳는 요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0층 이상 고층 건물은 2010년 753개에서 2015년 1478개로 5년 만에 2배가량 증가했다.
이런 우려들와 달리 '오히려 초고층이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진은 물론 바람의 압력을 견뎌야 하는 만큼 본래 '내진설계'가 잘 돼 있다는 것. 낮은 건물들보다 흔들림이 컸던 점 역시 기술적으로 진동을 소화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건물은 지진파의 주기, 즉 흔들리는 시간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데, 저층은 짧은 시간 여러 번 흔들리지만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주기가 길어진다는 것이다.최근에 지어진 건물의 경우 실제로는 흔들리지만 내부에서는 진동을 느끼지 못하도록 하는 첨단기술도 도입되고 있다.
실제로 123층·555m로 국내 최고,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에서는 이번 지진 당시 내부에서 흔들림이 감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쇼핑몰 고객들은 물론 고층에서 시공을 하던 근로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탄성은 유지하되 흔들림은 최소화하는 기술'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건물에 설치된 계측기에서는 진도1 정도가 감지가 됐지만 내부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다"며 "20~50층 높이의 아파트보다 흔들림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건물에는 진도 9의 지진과 초속 80m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내풍설계가 도입됐다. 진도 9의 지진은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수준으로, 지구상에서 24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규모 6의 강진에도 버틸 수 있는 내진설계를 '특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이보다도 보수적인 관점에서 설계를 한 것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물은 아웃리거 2개소와 벨트트러스 2개소다. 이 구조물들은 대나무의 마디처럼 건물이 흔들리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버티는 역할을 한다.
부산 해운대 일대 밀집된 초고층 건물에도 첨단 '내진설계'가 도입됐다. 최고 101층(랜드마크타워)으로 현재 공사 중인 '엘시티'는 진도7.0, 초속 40m 이상 강풍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층 중간에 구조물을 넣어 횡력 저항을 강화한 'RC 아웃리거벨트월' 공법을 도입해서다. 또 롯데월드타워 이전 국내 최고 높이 건축물이었던 인천 송도 동북아무역센터(68층, 305m)는 규모 6.5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강풍이 불면 꼭대기층은 좌우로 48㎝가량 흔들리게 되고, GPS센서가 바람 등 외부요인에 따른 건물의 진동이나 변형을 실시간으로 계측해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 부산 위브더제니스(80층)·해운대아이파크(72층), 인천 송도더샵퍼스트월드(64층) 등 초고층 아파트들도 내진 1등급 설계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 규모 6.0 이상 강진이 와도 진앙이 바로 아래가 아니라면 건물의 붕괴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다.
반면 고층 건물은 구조 안전성과 별개로 외벽 마감재나 승강기 고장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더 클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건물 외벽 타일, 마감재, 유리, 커튼월, 승강기 등 비구조재는 흔들리는 폭이 크다 보니 떨어지거나 고장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비구조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5월 '정부 합동 지진방재종합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비구조재 내진 설계 기준 도입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 바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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