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비 용도로만 한정·선순위 담보 걸어 자금 회수 문제 없어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한도대여'(크레딧라인) 방식으로 지원키로 한 500억은 기존의 DIP지원(법정관리 기업에 대한 대출)과 자금의 용처, 대출 방식 등에서 차이가 있다.
기존 DIP지원은 기업회생을 위해 운용이나 시설자금 등 돈이 부족한 부문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한도대여(크레딧라인) 지원은 계좌만 열어둔 뒤 필요한 경우 대출이 집행된다. 또 한진해운의 물류대란 해소를 위한 하역비 용도로만 쓰일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산업은행이 한진해운에 지원키로 한 500억원과 관련, "DIP지원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면서 "DIP지원은 기업 회생에 목적이 있고 필요한 부분에 자금수혈이 가능한 반면, 이번 산은의 대출은 하역비 해소에만 예비비 성격으로 투입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대출이 집행될 경우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도 다르다. DIP지원이 낮은 회생가능성에 상응하는 고금리의 대출인 반면 산은의 한도대출은 선순위담보를 걸고 이뤄지는 방식이다. 산은의 예비지원 500억원이 집행되면 한진해운 보유 매출채권에 대해 대한항공보다 선순위로 담보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자금 회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 지원이기 때문에 한진해운의 하역비와 관련된 돈이 들어오는 계좌가 묶인 상태로 산은으로 회수가 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은과 금융당국이 "대주주가 물류대란 문제를 나서서 해결해야한다"는 당초의 기조를 바꿔 한진해운에 지원을 한 것은 조양호ㆍ최은영 회장의 사재출연과 대한항공의 지원이 이뤄지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부와 산은 측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물류난을 화주와 운송계약을 맺은 한진해운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는 "자구 없이 혈세 지원 없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는데 한진그룹이 사재출연을 포함 약속했던 1100억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재출연 등 대주주가 먼저 지원에 나선 영향도 (산은이 지원을 나서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면서 "물류대란으로 빚어진 혼란을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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