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여야 비주류가 개헌론에 잇따라 불을 지피면서 '개헌 정국'이 탄력을 받고 있다. 개헌을 연결고리로 삼아 헤쳐모일 경우 이른바 '제3지대론'이 현실화할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까지 흘러나온다.
21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개헌 정국의 불쏘시개로 나선 정치인들 가운데는 대권을 염두에 둔 잠룡들이 부쩍 눈에 띈다. 개헌론을 밑바탕으로 정치권의 새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전날 정치권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중도 성향의 여야 대권 주자들이 보조를 맞추는 개헌모임 발족이 화제가 됐다.
오는 23일 예정된 '나라 살리는 헌법 개정 국민주권회의'의 창립식에는 김원기ㆍ임채정ㆍ김형오 전 국회의장 등 전직 국회의장 4명과 유인태 더민주 전 의원, 김두우 청와대 전 홍보수석, 박형준 국회 전 사무총장, 이상수 노동부 전 장관 등 150여명의 원외 인사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야 현직 의원 185명으로 구성된 '20대 국회 개헌추진 의원 모임'과 공조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 전 대표, 남 지사, 김 의원 등 잠룡들도 참석하기로 했다. 국민주권회의 관계자는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협치 기반을 만드는 개헌론을 정치권에 퍼뜨리려 한다"고 말했다.
국민주권회의의 파급효과는 앞선 김대중ㆍ노무현ㆍ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데 있다. 개헌추진 의원 모임에 새누리당 의원 64명이 참여한 것과 마찬가지다. 원내외 인사들의 개헌 압력이 향후 정국을 이끌어갈 동인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같은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감지됐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개헌을 언급했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더 이상 개헌 논의를 미뤄선 안 된다"고 했고, 원혜영 더민주 의원은 "1987년 헌법은 낡은 옷이 됐다"고 강조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선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론이나 연대론도 흘런나오고 있다. 개헌을 매개로 여야 비주류가 소극적 연대를 취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제3지대론은 아직까지 상상의 산물이다. 대선주자들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섣불리 나서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여기에 여당 친박(친박근혜) 세력이 박근혜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느라 개헌론에 박차를 가하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여권에서 개헌은 박 대통령만이 내밀 수 있는 '카드'라는 얘기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전날 대정부 질문에서 "개헌 논의로 국력을 분산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분명히 그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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