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여소야대 시대. 야당이 국회의장을 맡고 여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으면서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와 전혀 다른 문법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20대 정기국회에서 가장 주목받을 사람중의 한 사람은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 등에 있어서 여당의 마지막 게이트 키퍼(문지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법사위는 법무부, 대법원, 검찰청 등을 소관부처로 하고 있지만 다른 상임위와 다른 권한 하나를 행사한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한 법안에 대해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타상임위에서 심의를 마친 법안이라 하더라도 법사위에서 막힐 수 있다. 특히 법사위는 이견이 있는 법안에 대해서는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법안심사 2소위로 보낼 수 있다.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법안심사 2소위에 계류될 경우 해당 법안은, 법사위에서 해결점을 찾기 전까지 본회의로 오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이외에도 법사위는 월권 논란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체계자구 심사권을 행사해 법안에 직접 손을 대기도 한다. 세월호 특별검사 등 특검 요청안 의결 여부도 법사위 결정사안이다.
정기국회에서 대규모로 법안이 심사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법사위에 대한 중요성은 높아진다. 실제 법사위원장은 매번 주목받는 인물이었다. 과거 외국인투자촉진법 처리에 반대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법사위원장)과 여야 지도부가 한창 실랑이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법사위의 체계 자구 심사를 위해 국회법이 정한 5일간의 심사기한 준수를 요구하며 여야 원내대표간 법안 처리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이상민 전 법사위원장(더민주 소속)도 주목 받았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간의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게 됐다. 다수의 힘을 빌어 야당이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의 처리해도, 여당이 법사위에서 막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것이다. 통상 야당에 법사위원장을 맡겼던 논리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반대로 작용한 것이다.
당내 주류가 아닌 권 의원이 이처럼 중책을 맡게 된 것은 특유의 뚝심과 논리력, 협상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 당시 권 의원은 여러개의 국조특위 등에서 여당 간사를 맡았다. 한 야당 의원은 권 의원이 간사를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국조특위는 성과도 못 내고 끝나겠다"면서 탄식할 정도로 가공할 위력을 보였다. 전투력에 있어서는 여당 어느 누구도 견줄 사람이 없다는 평을 얻고 있다. 더욱이 검사 출신으로 법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데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점 때문에, 권 의원과 맞상대를 하는 야당 의원들은 고전을 거듭하기 일쑤였다.
흥미로운 점은 맞상대한 야당 의원들조차 권 의원의 능력을 인정한다는 점이다. 권 의원은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등을 맡았는데 당시 야당 관계자들은 "내줄 것은 내주고, 지킬 것은 지켜서 오히려 협상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국조특위 등에서 맞상대를 했던 야당 의원들도 "바깥에서 보면 말이 안 통하는 외골수로 보이는데, 실제로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고도 말했다.
당내 비주류로 통하는 권 의원이 20대 국회 입법대전의 여당 끝판왕을 맡게 된 것은 이같은 실력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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