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후 최종 이주 완료…소유주 140명 동의 받아야 철거 가능해 '난항'
"겨울철 붕괴 위험 높아, 연내 철거 시급"…향후 170가구 행복주택 건립 예정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지은 지 47년이 된 '정릉스카이연립주택'이 공공주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다. 서울시는 붕괴 위험을 고려해 연내로 이주와 철거를 완료하고 내년 초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지만 이주ㆍ철거 단계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추석 직후 이주작업을 끝내고 빠른 철거를 위해 140여명의 집주인들에게 동의서를 받곤 있지만, 이미 8년 전 대다수가 이주한 터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13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정릉스카이연립주택은 지난 10일 마지막 한 가구의 이주 동의를 받았다. 최종 이주는 추석연휴 직후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 6월 서울시가 이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정비하기로 결정한 이후 당시 이곳에 거주하고 있던 15가구 중 14가구는 이주에 동의했다. 하지만 한 가구가 이주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이주작업이 연기된 것이다. 당초 사업시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난 8월내로 이주작업을 완료하고 보상공고를 내려고 했지만 이 일정을 약 한 달 가량 늦어진 오는 23일 진행하기로 했다.
철거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철거를 하기 위해서는 수용재결절차를 통해 소유권을 넘겨받아야 하는데, 전체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2007년 재난위험시설로 판정받은 뒤 120여가구가 이주를 한 까닭에 일일이 동의서를 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전체 소유주의 동의를 일찌감치 받지 못하면 자동적으로 공사로 소유권이 넘어오는 내년 7월에나 철거가 가능하다. 주민들의 대책위원회가 없는 채 감정평가 추천위원 일부가 주민 대표격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사업진행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 채를 소유한 K씨는 "전체 소유주 140여명의 동의서를 몇 명이 다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부분 2008년 이주해서 100% 연락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토로했다.
당초 시와 공사는 건물의 누수가 심해지는 동절기가 오기 전 철거작업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1969년 준공된 이 주택은 안전진단을 통해 총 5개동 중 1개동은 D등급(사용제한), 4개동은 E등급(사용금지) 판정된 바 있다. E등급을 받은 시설물의 경우 재난안전법에 따라 철거 대상으로 지정돼 사용이 제한될 만큼 위험도가 높다. 공사는 거주자가 없다 해도 붕괴되면 주변 건물의 안전에도 위험을 끼칠 수 있어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겨울철에 건물이 얼고 녹는 것을 반복하면 더 위험해진다"며 "주변 건물 소유주들한테도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연내 철거가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소유주들은 관할구청인 성북구청의 행정대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재산권보다는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한 소유주는 "재난위험시설에 대해 철거권한을 가진 구청이 이를 거절했다"면서 "안전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화두가 된 만큼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성북구청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있는 것으로는 알고 있지만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진행해야 할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정릉스카이주택에 남아 있던 주민들은 길음뉴타운 인근의 매입 다가구주택으로 이주해 있다. 소유주들은 향후 고덕강일지구의 분양아파트 입주권을 공사에서 넘겨받게 되고, 세입자들은 정릉지구의 임대주택으로 입주하게 된다. 정릉스카이 건물 터에는 지하1층, 지상4층의 행복주택이 들어설 계획이다. 전용면적 26.34㎡ 94가구, 36.5㎡ 76가구 등 총 170가구로, 당초 계획보다 가구수가 늘었다. 준공은 2019년 8월 예정이며, 이달말 최종 설계용역업체가 선정된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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