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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 가까워서 '니로'…車 네이밍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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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에 가까워서 '니로'…車 네이밍의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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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기아자동차의 하이브리드(내연기관+모터) 스포츠유틸리티(SUW)인 '니로(Niro)'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친환경차를 표방하기 때문에 니로는 배출가스를 거의(Near) 배출하지 않는다(Zero)는 의미에서 나왔다. 현대차의 소형 SUV '투싼'은 미국 애리조나주의 동명의 도시명(Tucson)에서 나왔다.


14일 현대차그룹이 발간하는 모터스라인 최근호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직원들은 이처럼 "네이밍에서 전략이 있다"고 말했다. 이 코너에는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김필준 대리, 기아차 브랜드전략팀 윤덕용 사원, 현대건설 홍보실 이영주 과장 등이 참여했다.

이에 따르면 고객에게 일반적으로 불리는 '진짜 차명'은 차량 이미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디자인이 최종 확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다. 네이밍의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이상의 단어 조합(지명ㆍ합성어ㆍ자연어ㆍ기타)으로 짓는 것이다.

제로에 가까워서 '니로'…車 네이밍의 속살 현대자동차의 ‘올 뉴 투싼’ /


개발 단계에서 수립된 상품 콘셉트와 외관 디자인 등에 기반한 단어를 브레인스토밍해 명사 또는 형용사, 그리고 이 단어들을 조합한 합성어를 추가해 단어 목록을 만든다. 이렇게 뽑힌 리스트에서 차량 특징과 가장 적합한 상품명을 뽑아낸다. 도시명에서 나온 투싼이나 친환경이미지를 부각시킨 니로가 그렇다. 음악용어로 '빠르다'라는 의미의 기아차 '포르테(Forte)'도 마찬가지다.

알파뉴메릭(Alphanumeric)을 활용해 차명을 짓는 방법이 있다. 이는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많이 쓰는 방식으로 알파벳과 숫자를 조합해 네이밍한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현대차 i시리즈, 기아차 K시리즈가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해 네이밍했다. 이름만 들어도 차급과 브랜드를 알 수 있고, 해외에서도 한 가지 상품명으로 판매되어 상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일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현대기아차는 지금까지 개별 상품의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쪽으로 네이밍해 차명들 간의 연계성이 낮았지만 앞으로는 개별 차명 간 연계성을 높이는 전략적인 네이밍으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외 다른 차량들은 단어 조합으로 차명을 짓고, 기아차는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신규 차명들에 '음악 테마'를 적용해 네이밍할 예정이다.


차명을 짓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대부분의 차명 후보들이 여러 가지 법적인 이유로 상표권 등록 불가 판정을 받는다는 점이다. 상품 콘셉트에 부합하고 목표 수요층과 제품과의 연상 이미지가 뚜렷한 차명들이 제안되지만, 대다수의 후보 차명은 이미 타 산업 또는 동종 산업 내 상표권으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일부 국가에서 차명의 발음이 문제가 되어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제로에 가까워서 '니로'…車 네이밍의 속살 현대자동차가 오는 24일 잠실종합운동장 특설행사장에서 '핫 해치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사진은 이번 행사에서 공개될 예정인 '해치걸'이 신형 i30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각국별로 쓰이는 언어와 의미가 다르다 보니 가끔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역동적인 주행성능과 감각적인 스타일을 잘 드러내는 후보안이라고 잔뜩 기대를 불러일으킨 건 바로 '브라자(BRAZZA)'. 한국에서는 여성의 속옷을 가리키는 속어였기에 두말없이 탈락될 수밖에 없었다. 제품만큼이나 마케팅과 이미지가 중요해진 시대, 자동차의 네이밍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한편, 2006년 9월 ‘당신의 H는 무엇입니까?’라는 카피와 함께 론칭한 현대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힐스테이트(Hillstate)는 힐(Hill)과 스테이트(State)의 합성어다. 힐은 남들보다 격이 높은 곳, 자랑할 만한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단순히 언덕, 자연만을 의미하지 않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고급 주택단지, 즉 ‘프리미엄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한 물리적 메타포로 착안돼서 만들어졌다.


‘H’를 강조한 카피를 사용한 이유는 현대건설의 역사 및 신뢰, 최고의 브랜드 ‘현대아파트’에 대한 자긍심을 새로운 브랜드와 연계시키기 위함이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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