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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북한 감싸다 체면 구긴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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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북한 감싸다 체면 구긴 중국 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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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중국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로 '체면'을 꼽았다. 중국에서만 20여년 살다 보니 어느 순간 깨달음을 얻었는데, 중국 사람은 자기 체면이 깎이는 것을 극도로 꺼릴 뿐 아니라 다른 이의 체면 역시 지키려 노력하는 게 몸에 뱄다는 이야기였다. 이 가치가 훼손됐다는 느낌이 들면 순간 안면을 바꾸고 태도가 돌변하는 게 중국 사람이라는 섬뜩한 말도 덧붙였다.


북한이 정권 수립 68주년을 맞은 9일 오전 9시 한 5차 핵실험은 시기에서나 결과에서나 시진핑 정권의 체면을 상하게 했다. 타이밍부터 그랬다. 중국이 의장국으로 첫 개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성공이었다는 자평 속에 축제 분위기에 심취한 사이 북한은 '역대급' 핵실험으로 우방국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또 북한이 하루 전 중국에만 핵실험 사실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은 오히려 추가 도발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과거 1~4차 핵실험 때와는 달리 중국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최고위 지도자의 분노가 담긴 조치라고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대북 제재 공조에서 중국 역할론이 커지는 분위기도 중국에게는 심적 부담이다. 가뜩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갈등으로 외교 고립에 처한 중국이 국제사회가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에 모른 척 뒷짐만 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사는 한국인들은 북핵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은 베이징이라는 자조 섞인 농담을 하곤 한다. 북한이 전 세계 국가 가운데 중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가장 낮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정작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북핵을 둘러싼 안보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가 또 북조선(북한)을 지지한다면 훗날 반드시 발등을 찍힐 것"이라는 한 중국인 네티즌의 댓글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싫든 좋든 북한과 오랜 밀월 관계를 유지한 중국이 서방국이 주도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입김을 키우는 것 역시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북핵을 저지하기 위한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으면서도 실질적 압박 카드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이끌 주도국의 지위를 인정받으려면 안보리 제재 수준 이상의 독자 제재라도 취해야 한다는 안팎의 목소리에 이제는 귀를 기울일 때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다소 약해진 사드 배치 반대를 위한 다른 명분을 찾으려 관영 언론을 통해 "사드 배치가 북한을 자극해 핵실험을 하게 된 것"이라며 한가하게 여론몰이 할 때는 결코 아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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