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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오바마의 굴욕과 10년 만에 이룬 중국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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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워치]오바마의 굴욕과 10년 만에 이룬 중국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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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4월 20일. 미국 백악관에선 미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회담의 두 주인공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었다.


당시 미국은 구 소련 붕괴이후 국제무대에서 ‘원 톱’ 국가로 불렸다. 국제 무대에서 미국을 견제하거나 맞설 만한 상대가 없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거침없는 고도 성장 신화를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이 미국의 다음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막 나올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잠재 적수’로 불리기 시작한 중국을 어떻게 대접하고 다뤄나갈 것인가가 당시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부시 행정부는 후 주석에 대해 푸대접으로 일관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후 주석 환영식장에서 미국 행사 진행자는 중국을 공식 명칭인 ‘중화인민공화국 (People‘s Republic of China)’이 아닌 대만의 국가명인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으로 불렀다.


한술 더 떠 부시 대통령은 연설을 마치고 계단을 내려가려는 후 주석의 왼쪽 팔 소매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모습도 연출했다. 방향을 제대로 알려주려 했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외국 정상의 소매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외교상 결례였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도 야외 환영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선글라스를 버젓이 쓰고 있었다. 당시 외교가에선 미국 정부가 자신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국가지도자를 의도적으로 냉대하며 기를 꺾으려 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최근 중국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전 굴욕’을 겪고 있다. 항저우 국제공항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레드 카펫이 깔린 이동식 계단으로 내리지 못했고 공항과 정상 회담장장 주변에서 중국 관리들은 미국 측 관계자와 취재진들은 번번이 막아섰다. 중국 관계자들은 “여기는 중국 땅이니 우리 통제를 따르라”는 말로 미국의 항의를 묵살했다고 한다.


딱 10년 만에 의전 논란의 역할이 뒤바뀐 형국이다. 후 주석 시절 중국은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외교 지침으로 삼았다. ‘칼을 칼집에 넣어 검광(劍光)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하고 어둠속에서 실력을 기른다’는 게 그 의미다. 중국은 그렇게 지난 10년을 기다리며 준비했다. 미국과의 정면 충돌은 삼간 채 경제와 국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이번 오바마 의전 논란은 중국 지도부가 이제 칼집에서 숨겨둔 칼을 꺼내들 때가 됐다는 판단과 자신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어쨌든 이번 해프닝은 미국과 중국이 사사건건 힘으로 정면 충돌하는 험악한 국제 질서가 도래하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불행히도 한반도는 중국의 칼과 미국의 총이 서로 맞닿아있는 곳이다. 이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논란으로 그 서막은 올랐다.


한반도를 G2의 대결의 장이 아닌 협력의 무대로 바꾸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마주보고 달리기 시작한 미·중에게 그런 변화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기대다. 한국과 그 정치지도자들이 치열한 고민 속에 해법을 찾아야 나서야할 시기다.


김근철 뉴욕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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