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지난 5일 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스커드' 미사일의 개량형 '스커드-ER'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제프리 루이스 제임스마틴 비확산센터(CNS) 동아시아담당국장은 CNN 인터뷰에서 "미사일방어 무기체계를 우회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방어무기로 막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미사일을 쏘는 일"이라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방어 능력을 우회하려는 북한의 실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만큼이나 국내 방산기업들도 미사일방어체계 개발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사일방어체계 현주소를 보기 위해 이날 한화탈레스의 경기도 용인연구소를 찾았다.
한화탈레스의 '브레인(Brain)'이라고 불리는 용인연구소 입구에 들어서자 경비부터 삼엄했다. 핸드폰카메라 스티커부착은 물론, 차량 블랙박스까지 철저히 가려 연구소내 모든 촬영을 금지했다. 산 중턱에 위치한 연구소 건물들은 마치 대학교 연구단지처럼 조용했다.
마중 나온 회사관계자는 곧장 430m높이의 연안봉 꼭대기에 위치해 있는 '철매(천궁ㆍ天弓)' 양산시험장으로 안내했다. 첨단무기가 즐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양산시험장 건물은 일반 건물과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창고같다는 느낌이었다.
김성태 전문연구원은 "천궁의 핵심은 적의 항공기를 얼마나 빨리, 정확히 식별하느냐"라며 반대편 250m 전방에 우뚝 서 있는 2개의 비콘 (Beacon)타워 시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비콘은 양산시험장에 설치된 레이더가 표적을 제대로 인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적 항공기 등 다양한 표적을 전파로 쏘아 보낸다. 비콘 하나는 철매II 개발과 성능개량에, 또 하나는 철매II 양산시험을 위한 시설이었다.
김 전문연구원은 "철매레이더의 가장 큰 특징은 호크레이더에 비해 탐지거리가 4배 늘어났고, 동시에 탐지할 수 있는 표적 수는 40여배가 늘어났다"며 "나눠져 있던 탐지ㆍ추적, 피아식별, 유도탄 유도기능까지 한대에 탑재해 작전부대의 전개시간을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옆 동으로 자리를 옮기자 레이더 실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로 3m, 세로 10m 넓이의 레이더받침대 위에는 안테나, 제어기, 송신기 조립이 한창이었다. 이들 무게만 18t. 이들을 조립하기 위해 30m높이의 천정에는 35t 크레인이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당장 35t까지는 필요없지만 추후 더 큰 레이더를 제작하기 위해 국내 레이더 생산업체로서는 최초로 도입했다. 레이더는 조립을 마치면 바로 군용트럭에 탑재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방향탐지시험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이곳은 바로 레이더를 조립한 후에 전파를 바르게 수집하는지 실험하는 장소다. 방향탐지시험장안에는 천장 높이만 15m에 달하는 쳄버(chamber)가 자리잡았다. 쳄버의 안쪽 벽에는 뾰족한 가시가 박힌듯 전파흡수체가 촘촘히 박혀있었다.주변전파에 방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한 시설이다. 레이더는 전파를 내보내 다시 돌아오는 전파를 잡아 적의 위치와 고도 등을 파악한다.
박성균 수석연구원은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80억원을 투자해 설치했다"라며 "전파의 방향이 0.05도의 오차라도 있어서는 안되는 민감한 작업을 수행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탈레스는 최근 양산이 완료된 F-16전투기의 전자정보수집장치도 개발을 마친바 있다. 탈부착이 가능한전자정보수집장치를 F-16전투기에 장착하면 서울상공에서 평양인근 지상레이다의 위치를 정확히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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