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40억 들여 개인정보 불법판매 방지 도입
허접한 위·변조도 구별 못해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이동통신 3사가 신분증 위ㆍ변조를 막기 위해 도입한 '신분증 스캐너'가 제구실을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는 방송통신위원회 및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와 함께 40여억원을 투입, 전국 휴대폰 유통망에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전국 휴대폰 유통망에 도입된 신분증 스캐너가 위조된 신분증을 정상적으로 인증하는 등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신분증 스캐너는 가입자가 판매점에 신분증을 건네주면, 업체는 스캐너로 신분증을 스캔한 뒤 해당 데이터를 KAIT 명의도용방지시스템과 대조해 개통 업무를 진행한다. 신분증 스캐너는 온라인 등 일부 판매점에서 스캔한 신분증을 주고 받는 불법 판매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신분증의 위ㆍ변조 여부를 판단한다.
하지만 새로 도입한 신분증 스캐너는 신분증 앞ㆍ뒷면을 프린터로 복사한 뒤 신분증과 같은 재질의 신용카드에 이를 붙이고, 겉을 테이프 등 필름 재질로 감싸 만든 위조 신분증을 구분하지 못했다.
방통위는 지난 4월 신분증 스캐너 도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온라인 약식 판매 등 불법 판매는 대부분 신분증 스캔한 것을 유통점끼리 사고팔면서 발생한다"며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 개인정보 보호 및 불법 판매를 막겠다"고 도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신분증 스캐너는 KAIT가 스캐너 제조업체에 신분증 스캐너를 구입하고 이동통신3사가 대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동통신3사는 신분증 스캐너 약 2만2000개를 40여억원을 투입, 구입했다.
휴대폰 유통망에 배급되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KAIT는 지난 5월21일 전국 유통망에 "6월10일까지 신청하면 10만원의 판매 보증금에 설치가 가능하고 이후 신청하면 44만원에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방적 통보에 일선 유통망에서 반발이 나오자, KAIT는 설치 기간을 두 차례 연장했고 이 과정에서 가격도 33만원, 28만원으로 낮춰졌다.
KAIT의 불안정한 시스템도 지적되고 있다. 시범 운영 첫 날부터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1일 KAIT에서 새로운 버전의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 올렸는데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것이다. 오후부터는 시스템이 정상 작동했지만 그 기간 동안 전국 휴대폰 매장에서는 정상 영업을 할 수 없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신분증 스캐너 사업은 방통위가 직접 관여하지 않아 정확히 해당 내용을 알지 못한다"며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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