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런던의 아쉬움을 털진 못했지만, 그의 바람대로 리우를 후회 없이 즐기고 온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에이스 이대훈(24·한국가스공사)은 19일 오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 제3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68㎏급 동메달결정전에서 자우아드 아찹(24·벨기에)을 11-7로 제치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8강전에서 아흐마드 아부가우시(20·요르단)에게 8-11로 석패해 아쉽게 4년 전 은메달의 한을 풀지 못했다.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달성의 뜻도 무산됐다.
4년 전 체급(58㎏)을 올리고 도전한 무대지만 자신 있었다. 경쟁자가 즐비한 68㎏에서 1인자 자리를 유지했다. 지난해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그랑프리파이널과 함께 가장 최근이었던 독일오픈태권도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앞서 “체급을 올려 신장과 힘에서 힘든 면이 있었다. 체중을 늘리면서 느려지지 않기 위해 중량급 선수들과 많이 연습했다”고 했다.
하지만 8강 상대의 공격은 예상보다 거셌다. 조금 더 강하고 경기 운영을 잘했다. 이대훈은 “예상보다 발이 더 날카롭고 묵직했다. 경기 도중 까다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대훈은 최선을 다했고, 그에 따른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경기 후 아부가우시의 손을 들어주며 그의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이대훈은 “예전에 지면 슬퍼하기 바빴다. 지난 올림픽 때는 상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상대를 존중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마무리도 잘 했다. 값진 동메달로 성과를 거뒀다. 경기 도중 왼쪽 무릎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막판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투혼을 발휘하며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로서도 한층 더 성장했다. 아쉬움 보다는 좋은 경험을 했다. 이대훈은 올림픽을 앞두고 리우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고 했다. 박종만 대표팀 총감독(54)도 늘 이대훈에게 ‘도장은 놀이터, 전자호구는 장난감처럼 생각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주변에선 ‘무조건 금메달을 따라’며 응원하지만 실력이 무조건 금메달을 보장하지 않는다. 변수가 많고 운도 작용한다. 하지만 부담은 없다. 후회 없이 올림픽을 즐기고 싶다”고 했다.
이대훈의 바람대로 리우는 그의 무대가 되었다. 부담을 덜어내니 몸은 더 가벼워졌다. 이대훈은 8강전 이후 “졌다고 기죽지 않는다. 메달을 못 땄다고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한 가지 경험을 했다”고 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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