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고가 상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소비침체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민간소비가 늘고 있다는 최근 분석은 작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영향으로 나타났던 소비 위축의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지수 기준)는 119.5로 지난해 2분기 112.7 보다 6.8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도 소매판매액지수는 113.8로 전년 동기보다 5.0포인트 신장했다.
지난 9일 공개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도 민간소비(GDP 잠정치)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지난해보다 3.2%나 늘었다.
이러한 지표만 보면 올 들어 지난해보다 소비가 개선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5월 국내에 창궐했던 메르스 영향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소비는 되레 줄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통업태 가운데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소매 판매가 크게 감소하고 있다. 2분기 기준 백화점의 소매판매액지수는 99.3으로 작년 3분기(91.1) 이후 3분기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2014년 4분기에 115.0을 기록했던 백화점 판매액지수는 경기침체와 메르스 영향으로 2015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내리 3분기 동안 90을 밑돌았다.
대형할인점 판매액지수도 2분기 89.6을 기록,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슈퍼마켓 판매액지수는 106.6으로 지난해 2분기와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유통업태 가운데 판매액지수가 오른 곳은 편의점이 유일했다. 2분기 편의점의 판매액지수는 185.3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소비 위축 분위기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등으로 불확실성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전체 경제 규모를 보면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작다고 볼 수도 있지만 특정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고민이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6월 “김영란법은 민간 소비에 분명히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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