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세법 논쟁이 하반기 국정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몇 년 새 급증한 면세자에 대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서민증세'라는 부담에 정부나 정치권 모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결국 고소득자 소득세와 기업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정부는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세율 인상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서며 변죽만 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면세자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면세자 축소를 위한 세법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면세자 비율이 2014년 크게 확대됐는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검토 중”이라며 “저소득층 세금부담이 늘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3년 세법개정 시 선진국처럼 소득세 주요 공제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했다. 대신에 중산층 이하 근로자의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려고 공제혜택을 대폭 늘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근로소득자의 48.1%가 세금을 내지 않는 기형적인 상황을 탄생시켰다.
이러한 면세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면세자 증가 원인을 살펴보면 된다. 우선 면세자 급증에 가장 큰 원인으로 표준세액공제가 꼽히고 있다.
의료비, 교육비 등 공제지출이 없는 1인 근로자에 적용되는 표준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기존 '소득공제 100만원'이 '12만원 세액공제'로 개정됐다. 2015년 연말정산 보완대책에서 세액공제액이 13만원으로 인상됐다.
기재부가 정부에 제출한 2013년 세법개정 효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표준세액공제는 면세자 증가에 44.6%만큼 기여를 했다. 보험료(16.8%)나 자녀공제(12.4%)보다 압도적으로 큰 영향을 줬다.
즉 표준세액공제를 낮추는 것이 면세자를 줄이는 데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표준세액공제액을 1만원 축소할 경우 면세자 비율이 지금보다 1.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3만원과 6만원을 낮추면 각각 3.9%포인트, 7.8%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고소득층 면세자가 늘어낸 배경에는 의료비, 교육비, 보험료 등 특별세액에 대해 12~15%의 세액공제를 적용한 것도 작용했다. 24~38%의 소득세율이 적용됐던 소득공제 방식보다 공제액이 크게 늘어 세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특별세액 공제액에 한도를 설정하는 것도 면세자를 줄이는 방안으로 꼽힌다.
세액의 90%로 공제한도를 설정하면 급여 1500만원 이상 대상자는 약 10.4%포인트, 급여 2000만원 이상 대상자는 약 7.3%포인트, 급여 2500만원 이상 대상자의 경우 약 5.3%포인트만큼 면세자 비율이 축소될 것으로 추정된다.
근로소득공제를 줄이는 방안도 있다. 급여 500만원 이하 대상자 현행 공제율 70%를 65%로 내리면, 면세자가 약 3.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방안은 근로자 대부분에게 세 부담을 늘리기 때문에 반발에 부딪칠 우려가 단점으로 꼽힌다.
김재진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소득자 비율이 48.1%나 되는 것은 조세의 원칙은 물론 헌법에 명시된 국민개세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보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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