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산업은행이 삼성중공업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8000억~1조6천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공사 지연이나 계약 변경 등으로 인한 추가 손실 위험은 크지 고 부족한 자금은 이미 제출한 자구계획과 유상증자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산업은행은 19일 오후 여의도 본점에서 삼정KPMG에 의뢰해 2개월간 진행한 경영진단 결과의 채권단 설명회를 열었다. 19개 채권은행의 실무자 40여명이 참석한 설명회에서 삼정KPMG는 이와 같은 내용의 경영진단 결과를 공유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초 산업은행에 1조4551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산업은행은 자구계획을 승인하면서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필요하면 계획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삼정KPMG는 삼성중공업의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환금(L/D), 계약변경(C/O), 실행예산, 신규 수주 전망, 자구계획 등을 검토해 향후 손익 전망과 부족자금 규모 등을 산출했다. 경영진단 결과 우선 지체상환금이나 계약변경, 실행예산 증가 등에 따른 위험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은행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지체상환금 액수는 소규모로 이미 예산에 반영했으며, 확정되지 않은 계약변경을 반영해 회수가 불확실해질 위험도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건조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실행예산을 검토한 결과 소폭의 원가 상승이 전망되나 발주처의 보상이 확정돼 손익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이 자구계획을 세우면서 제시한 향후 5개년 신규 수주전망 역시 보수적인 수준으로 평가됐다. 산은은 "삼성중공업의 수주계획은 컨테이너선, 유조선, LNG선, 셔틀탱커, 시추설비 등 대부분의 선종에서 외부기관 전망치와 시장점유율(M/S)을 고려한 추정치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자구계획에 대해서는 "유형자산 매각 등을 통해 약 5천억원을 확보하고 인건비 절감, 급여반납, 복지축소 등을 통해 약 1조5천억원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봤다.
삼정KPMG는 삼성중공업의 수주계획과 드릴십 인도계획 등에 추가로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까지 가정해 삼성중공업의 손익과 부족자금 규모 등을 3가지 시나리오별로 추정했다. 추정 결과 부족자금 규모는 8000억~1조6000억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SO)에서 약 4900억원의 추가자금이 유입되고, 이미 선주와 합의했으나 아직 반영하지 않은 약 1800억원의 인센티브 등을 고려하면 부족자금 규모는 유동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약 1조원 안팎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리라는 업계와 금융권의 예상에 부합한다. 산은 관계자는 "향후 자구계획 이행실적과 유상증자 추진 상황을 계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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