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터키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터키는 무디스로부터 투자 등급 중 가장 낮은 'Baa3'를 부여 받고 있는데 여기서 한 등급 더 내려가면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이 된다.
무디스가 등급 강등을 언급한 것은 쿠데타가 조기에 진압이 됐지만 실패한 쿠데타에 따른 경제적 혼란이 단기에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국내 수요 약화에 따라 향후 2~3년 내 성장 둔화 가능성, 정책 예측성과 효율성 후퇴, 금융시장 혼란에 따른 해외자금 이탈 가능성 등을 총체적으로 다시 측정한 뒤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브라운브라더스해리먼의 윈 틴 신흥시장 대표는 지난 2013년 무디스와 피치가 터키의 신용등급을 상향한 것이 성급했다고 설명하면서 "정치 리스크 확대, 재정 및 대외적자 증가 등에 따라 터키의 신용등급이 올해 안에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무디스의 언급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 숙청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쿠데타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반대세력 숙청을 선언한 데 이어 이날은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민중이 반역자들의 빠른 처단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사형제 부활 가능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터키는 EU 가입을 위해 지난 2002년 사형제를 폐지했다.
그는 정치적 숙적이자 이번 쿠데타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을 미국이 데리고 있어서는 안된다면서 귈렌의 송환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쿠테타 발생 직후 현 정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던 각국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실패를 계기로 독재를 강화할 조짐을 보이자 민주주의 훼손을 경계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쿠데타 이후 대응 과정에서 법치가 준수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동한 미국과 EU 외무장관들 역시 한목소리로 "사형제 부활은 터키의 EU 가입 불가를 의미한다"고 못박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민주주의와 다양성 수호는 (터키가 가입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정신에 위배된다고 언급했고 귈렌 송환에 대해서도 "정식 인도 요청을 받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케리 장관이 터키의 나토 회원국 자격까지 거론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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