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7.3% 오른 시간당 647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투표에 불참한 노동계와 최종안을 제시한 경영계 모두 반발하며 '후폭풍'이 거세다. 역대 최장인 108일 동안 총 14차례의 전원회의를 거쳤지만, 올해도 파행만을 거듭하다 한쪽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하는 방식이 거듭됐다. 최저임금 결정방식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1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지난 16일 새벽 근로자위원 9명과 소상공인 대표 2명이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 9명, 사용자위원 7명의 표결로 결정됐다. 시간당 6470원, 월급 환산 시 135만2230원으로, 전체 근로자의 6명 중 1명 꼴(17.4%)인 336만명이 적용대상이다.
시간당 1만원을 외쳐온 노동계와 동결을 주장한 경영계 모두 최저임금 결정 철회와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지방노동청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원장이 파행을 유도해 노동자위원(근로자위원)이 퇴장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최저임금위원회가 더 이상 500만 최저임금 대상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기구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경영계 역시 의결 직후 성명을 통해 "비록 사용자위원이 제시한 최종안으로 의결됐지만 이는 공익위원들의 지속적인 증액 요구에 따라 제시된 것으로 사실상 공익위원안과 다름없다"며 재심의를 요청했다. 노사 합의는커녕, 올해도 정부 추천으로 선임된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를 쥐는 구도가 반복됐던 셈이다.
특히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 이후, 단 한 차례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첫 사례다. 역대 최장기간, 최다 회의를 거치며 노사 양측은 자신들의 입장만을 주장할 뿐 협의나 조율은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임금인상률, 소득분배 등 최저임금 결정에 고려돼야 할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졌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논의 진전여부와 관계없이 위원 27명에게는 매 회의마다 꼬박꼬박 최대 25만원이 지급된다. 이 비용만 총 9450만원 상당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이 노사 진영논리에 휩싸이지 않고 공익성과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심의방식 자체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이 잇따른다. 우선 정부 추천으로 위촉되는 공익위원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제기된다. 또 미국처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공식을 제도화하거나, 정치적 외압이 차단된 독립기구로 위원회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대표적인 예다.
최저임금 미지급 사례에 대한 강한 처벌도 요구되고 있다. 3월 현재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는 사상 최대인 26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사업주 처벌은 0.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미달 근로자 수의 급증은 정부가 근로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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