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한미 양국이 8일 미국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 미군 배치를 공식 결정한 데 대해 중국 당국은 단호한 반대 입장 표명에 이어 주중 양국 대사를 긴급 초치해 공식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후 3시께 김장수 주중 한국 대사를 불러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 결정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30여분 뒤에는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 대사를 초치해 엄정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월에도 한미 양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 사드 배치 논의에 공식적으로 착수한 데 대해 김 대사를 긴급 초치해 항의를 전달한 바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미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했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유관 국가 대사들에 대해 엄정한 교섭(우려)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훙 대변인은 또 '대사 초치 외에 어떤 대응 계획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미 당국이 "즉각 사드 배치 절차를 중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결정 발표 후 "미국과 한국이 중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들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사드의 반도(한반도) 배치를 선포했다"며 이례적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즉각 성명을 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과 한국의 사드 시스템은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 실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안정에도 불리한 것"이라며 "각 국가와의 대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과도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외교부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난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신속하게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 사안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외교부는 특히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안전 이익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은 미국과 한국이 사드 배치 프로세스를 중단하고 지역 형세를 복잡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지 말고, 중국의 전략적 안전이익을 훼손하는 일을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신화통신과 봉황망 등 중국 언론들은 "한미 당국이 한반도에 설치된 주한 미군 기지에 사드를 배치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한 줄짜리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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