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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전시 '내 맘대로' 감상팁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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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그림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 뭔가 답답하고 어색하시지 않았나요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호안 미로(1893-1983) 전시회를 다녀왔다. 그저께 낮에 동료들과 함께 본 것이었는데, 느낌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감상기를 미뤘다. 초현실주의와 추상화를 즐기는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작품의 '섭취'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알쏭달쏭하면서도 뭔가 내가 모르는 매력이 있어 보이는 작품들이 1,2층을 가득 메운 회랑을 걷는 일은, 그야 말로 어질어질한 '미로' 같았다. '나'를 위한 감상법이랄까, 그런 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호안 미로 전시 '내 맘대로' 감상팁 10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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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의 붓끝

미로의 많은 그림들은, 아이들이 그려낸 작품들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사물이나 인물, 혹은 풍경을 굳이 닮게 그리려 하지 않고, 생각과 관점이 흐르는 대로 표현한 그림들. 미로의 그림들을 보면서, 유치원이나 초등생의 그림들이 '미숙'한 것이 아니라, 그들 나름으로는 자연스런 표현 방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미로는 우리가 사실이나 현실이라고 말하는 이미지들을 걷어내고, 아이들의 발견과 충동과 미감을 개발해나간 것이 아닌가 싶었다.


2. 원시인의 터치


에스파냐 동부의 원시동굴화에 심취했던 미로는, 문명이 만들어낸 작위와 사실성 이전의 회화나 표현 방식을 자신의 작품에 담고자 한 것 같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성스러운 제의이고 또한 축제와 같은 놀이였던 시대의 분방하고 유쾌한 표현을 자신의 작품에 옮겨왔다.


호안 미로 전시 '내 맘대로' 감상팁 10가지



3. 에스파냐의 하늘과 자연


미로의 표현은 그가 숨쉬고 살았던 곳의 기운과 색감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이 뿜어내는 원색과 단순한 형상들. 그가 거주했던 마요르카 섬의 풍광이, 그의 그림을 발색하는 질료가 아니었을까 싶다.


4. 눈과 새


그는 많은 그림에 많은 눈을 그려넣었고, 또 새도 자주 등장시켰다. 눈과 얼굴들은 미로의 애니미즘을 느끼게 하고 모든 대상의 영성을 포착하게 한다. 새는 생명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핵심소재인 것 같다.


5. 문자에 대한 탐미, 먹빛에 대한 환희


그는 문자의 회화성을 표현에 자주 활용한다. 한자와 같은 고대문자가 형상문자였다는 점이 그를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그는 수묵화와 서예가 지니는 정신성과 단순함에 매료됐다. 그의 그림은 마치 동양화를 밀어붙인 듯 강렬하고 후련한 서정을 불러 일으킨다.


6. 여자


미로는 여성에 대한 눈길을 그치지 않는다. 그의 여성은 원시이며 아름다움이며 빛이며 움직임이며 형상의 원형이다.


호안 미로 전시 '내 맘대로' 감상팁 10가지



7. 무제(無題)들


미로의 작품들은 대부분 무제다. 이름이 없는 작품들은, 감상자가 진입할 '입구'를 막아버린 듯 답답하게 하는 점이 있다. 하지만 무제는, 이름이 간섭하는 '작가의 독재'를 풀어버린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림 자체가 제목이라고 보는 것이다. 출구가 없는 대신, 무한 해석의 지평이 열려 있는 셈이다.


8. 형상의 숨바꼭질


미로는 뮤즈의 지시를 따르는 감성의 동력과 내적 이성을 따르는 치밀한 계산을 함께 쓰는 작가로 보인다. 무의식과 의식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순환하고 있다. 관객은 작품 속에서 뭔가를 읽어내려고 애쓴다. 저 형상이 무엇인가를 추측하는데 집중한다. 그 형상 안에 무엇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로는 아무 것도 그 속에 숨겨놓지 않았다. 다만 숨겨놓은 척 할 뿐이다. 어딘가에서 추출된 형상과 색과 선과 점과 면들이 작품 공간 속에서 스스로 놀고 있는 그것을 즐기는 것이 더 즐겁지 않을까 싶다.


9. 어린이가 더 잘 아는 작품


미로의 작품들은 예술가와 시인, 그리고 어린이들에게 가장 맛있는 감상물이 아닐까 싶다. 천진함과 영감으로 가득 차 있는, 상상의 우물이며 아름다움이 터져나오는 감수성의 창고이다.


호안 미로 전시 '내 맘대로' 감상팁 10가지



10. 읽지 말고 느껴라


미로는 원시와 알파고의 두뇌 속을 오가는 타임머신이다. 인류의 역사와 미래의 심원한 단순함을, 기운처럼 받아오는 건 어떨까. /빈섬.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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