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미국 공화당이 주도해온 하원 벵가지 특위가 28일(현지시간) 2년여의 활동을 종료하며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당초 자신했던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의 잘못된 판단과 대응에 대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는데 실패, 오히려 역풍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미 하원 벵가지 특별조사위원회는 이날 800쪽 분량의 벵가지 사태 진상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트레이 가우디 위원장을 비롯한 특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진실을 감추고 있다며 모든 서류와 증인을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클린턴 전 장관이 카다피 정권 실각 과정에 큰 역할을 하고 이를 재임 성과로 삼으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리비아 영사관이 테러 위험에 안전하지 않다는 여러 징후들을 무시했다는 주장이 포함됐다.
기자 회견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클린턴 전 장관은 벵가지 시설(영사관) 즉각 폐쇄를 지시할 명백한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4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벵가지 사태와 관련해 잘못된 조치를 취했다는 구체적인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 언론들은 일제히 "공화당이 2년간 끌어왔던 벵가지 특위와 보고서는 결국 새로운 증거를 찾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WP는 "특위가 몇몇 새로운 세부사항들을 찾아냈지만 비극적인 벵가지 사태에 대한 인식을 바꿀만한 것을 발굴하거나 비난받아야 할 누군가를 찾는데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벵가지 특위 활동 보고서를 통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클린턴 전 장관에 결적적인 타격을 안기려했던 공화당 지도부의 기대도 달성하기 힘들게 됐다. 지난 2015년 캐빈 매카시 당시 공화당 원내대표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벵가지 특위를 꾸린 덕분에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을 끌어내릴 수 있게됐다고 털어놓는 바람에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공화당으로선 벵가지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과 함께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 면죄부까지 주는 상황에 몰리게 된 셈이다.
클린턴 선거 캠프는 이날 즉각 성명을 통해 “공화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당파적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다"면서 "공화당 측은 자신들의 신빙성 없는 음모론에 대해 어떠한 사실 확인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성명은 또 "2년 이상, 세금 700만 달러가 들어간 이 위원회의 보고서는 그동안의 여러 조사들의 결론을 반박할 어떠한 내용도 찾지 못했다"며 공화당의 공세에 쐐기를 박았다.
'벵가지 사태'는 지난 2012년 9월 리비아 무슬림 극단주의 무장집단의 리비아 벵가지 소재 미 영사관을 공격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를 포함한 미국인 4명이 숨진 사건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