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세계경제 후폭풍
정부 단계별 대응전략 추진
수출감소·투자부진 심각
한정된 재원·정치권 반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정부는 지난 4월, 하반기에 6조5000억원 이상 재정보강 계획을 세웠었다.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으로 마중물을 부었으니 '성장률 3.1%'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하반기 재정절벽 해소가 걸림돌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었다.
변수는 관리 가능해 보였다. 고용률은 2분기 들어 60%대로 재진입했고, 개별소비세 종료 등 소비위축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소비활성화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미리 돈을 끌어다 시장에 풀었지만 기대만큼 활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산업 구조조정도 본격화되면서 실업자가 늘고 지역경제가 위축됐다. 다른 업종에서도 투자가 좀처럼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기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평소 '건전재정론자'로 알려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 추경 편성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입장에서 추경은 그야말로 릫고육책릮인 셈이다.
◆얽히고 얽힌 대내외 리스크= 오는 23일 국민투표로 결정되는 브렉시트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전문가들도 브렉시트 현실화로 영국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이득보다 실이 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확실한 것은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외환·금융시장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후폭풍을 가지고 올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투표를 전후로 24시간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상황 단계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안정조치를 추진키로 했다.
미국도 금리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면서 불확실성은 이어지게 됐고, 가뜩이나 위태로운 중국 금융시장도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투자부진이 지속된다며 수출 감소와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기업의 소극적인 투자 행태, 경제의 성숙화와 고령화, 해외 생산기지 이전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구조적으로도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투자 하방압력도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지난 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만큼 정부의 재정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한정된 재원·반대 여론 설득 관건= 추경 재원 확보 방안은 당장 마땅치 않다. 추경은 통상적으로 국고채 발행, 한국은행잉여금, 세계잉여금(정부가 전년도에 쓰고 남은 돈), 정부기금 자체 재원 등으로 조달된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세수가 크게 줄어 국채 발행으로 해결해 왔다.
올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세계잉여금은 2조8000억원으로 지방교부세 교부금 등을 제외하고 약 1조7000억원이 추경에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정도 추경으로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치권에서도 현 경제상황이 추경 편성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 경기침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대량실업도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며 일각에서 추경 편성을 반대하고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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