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직업의 미래(The Future of Jobs)' 보고서에는 전 세계 7세 어린이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지난 4월 방한한 사피엔스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내용의 80~90%는 이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전혀 쓸모없을 확률이 크다"라고 언급했다. 자녀들의 교육열이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관심이 당연히 쏠릴 수밖에 없었다.
세계경제포럼과 유발 하라리가 이야기한 세대는 우리가 한참 관심을 갖고 있던 1990년대 이후 태어난 C-세대, 혹은 Z-세대로 지칭되는 이들의 다음세대다. 아직까지 통용되는 명칭은 없다. 미국에서는 2005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홈랜드 세대(Homeland Generation)라고 부른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태어난 세대로 2001년 9.11 테러로 미국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 된 후 출생한 세대다. 세계경제위기 시절 유아기를 보냈고, 어쩌면 앞으로도 경제가 그리 나아질 것이란 희망 없는 상황에서 자라고 있는 세대다.
기술적으로 보면 이들은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을 장난감으로 인식하고 자란 세대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 뼛속까지 모바일이 스며든 세대다. 아직 경제력은 없지만 C-세대와 같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는 24-7세대로 멀티태스커 기질도 가지고 있다. 인터넷 사용행태도 기존 세대와 다소 다르다. 유튜브는 이들의 검색엔진이자 학습도구이자 커뮤니케이션 채널이다. 잠재적인 스프레더블 미디어의 주역으로 이들이 생산하고 공유하는 정보로 구성된 개인 크라우드는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부모들은 주로 1965년에서 1980년 사이 태어난 X-세대들이다. 이들은 그 어느 시대 부모들 보다 많은 교육을 받은 세대로 아이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과 활동에도 깊이 관여한다. 또한 보호의식과 유대감이 높고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부모들이다. 자녀의 모든 것을 간섭하고 돌보는 일명 '헬리콥터 부모'들도 등장했다. n포 세대, 88만원 세대, 열정 페이로 대표되는 C-세대를 바라보서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 이들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초연결에 익숙해져 있으며, 로봇과 인공지능 등 자동화를 생활환경과 직장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함께 공존해야하는 세대다. 자의건 타의건 스마트 디바이스, 로봇, 인공지능 등의 기술과 일상을 통합할 수밖에 없는 본격적인 디지털 통합자들이다.
그런데 올해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내놓은 보고서(Extreme automation and connectivity : The global, regional, and investment implications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를 보면 고민이 더 커진다. 139개국 가운데 우리나라 기술수준은 23위, 4차 산업혁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순위는 25위, 교육시스템은 19위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성은 83위이며, 성인학습의지는 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빠른 기술발전과 직업 변화에 대응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평생학습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그리고 개인의 변환 능력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은 대비가 부족한 듯하다.
문제는 당연히 부모들만의 노력으로 해결된다는 것이 아니다. 컨베이어 벨트 중심의 산업시대 교육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으로, 당장 눈앞의 취업 중심에서 평생교육 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 기업이 함께 하루라도 빨리 논의를 시작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녹녹치 않을 것 같다.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나라의 미래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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