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주주 책임 문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책임이 자구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8일 서울 중구 금융위 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대주주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사재 출연이나 기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 혹은 유상증자를 하든지 자구계획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의 언급에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곳은 한진해운이다. 이 회사는 현재 용선료 협상을 하고 있으나 연체된 용선료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용선료가 연체돼 있으면 협상이 잘 되지 않는다"면서 "주채권은행이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을 한진그룹에 요구했으며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의 경우 현정은 회장이 300억원의 사재 출연과 함께 이달 초 7대1 지분 감자도 단행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채권단의 입장이다.
조 회장은 2014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한 이후 한진그룹 차원에서 1조원 규모의 지원을 했다는 점에서 사재출연이나 추가지원에 대해선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의 경우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으로 3조5000억원을 확보하고 비상상황에는 3조6000억원까지 추가 확보한다는 자구계획을 세워 비교적 충분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현재 상황에서 대주주 책임까지 물을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 삼성중공업의 자구 규모는 1조5000억원에 그친다. 추가적인 유동성 대책 중 하나로 유상증자를 제시했는데 이달 말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는대로 규모와 방식이 정해진다.
임 위원장이 대주주 책임 방안 중 하나로 유상증자를 거론한 것은 삼성중공업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의 최대주주는 17.62%의 지분을 가진 삼성전자이며 삼성생명(3.38%), 삼성전기(2.39%) 등 계열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24.09%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임 위원장은 삼성전자의 유상증자 참여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는 "삼성중공업이 증자 계획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여러 고민을 할 것이다.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아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논평을 통해 "삼성전자에 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대주주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의 외부 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며 관치금융"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은 삼성중공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이 자신에게 있으며 그에 따른 궁극적 책임을 결코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시장과 국민에게 분명히 전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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