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41년의 시차를 두고 영국에서 똑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1975년에 영국 국민들은 유럽경제공동체(EEC)에 남느냐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EEC는 유럽연합(EU)의 전신이다. 오는 23일에 영국 국민들은 이번에는 EU에 남을 것이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EC는 1957년 로마조약에 의해 창설됐는데 당시 영국은 조약에 서명하지 않았다. 창립 회원국은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서독 6개국이었다. 영국은 1963년과 1967년에 EEC 가입을 신청했지만 모두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 골에 의해 거부됐다. 드 골 대통령은 영국의 정치적 의지가 의심스럽다며 영국의 가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어가 EEC의 공용어가 되는 것을 걱정했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국의 EEC 가입은 결국 1970년 드 골 대통령의 사망 후 이뤄진다. 1973년 영국은 아일랜드, 덴마크와 함께 EEC 회원국이 된다. 당시 쇠락해가던 영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택한 카드가 EEC였다.
EEC의 가입은 에드워드 히스 총리의 보수당 정권 하에서 이뤄졌다. 2005년 7월 숨을 거둔 히스 전 총리는 영국의 EEC 가입이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히스 전 총리의 생각과 달리 EEC 가입은 영국 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이 경제적인 독립성을 포기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당시 쇠락해가던 영국 경제와 맞물려 이듬해인 1974년 영국에서는 2월과 10월 두 차례나 잇달아 총선이 치러지는 정치적 격변을 겪었다. 총선을 통해 노동당이 집권했고 노동당 내에서는 EEC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노동당 정부는 결국 EEC 잔류를 국민투표에 부쳤다.
투표율은 64.5%였고 찬성 67.2%, 반대 32.8%의 표결로 잔류가 결정됐다. 당시 질문은 '영국은 EEC에 잔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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