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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투표 D-16 ①] 유럽이지만 유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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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오는 2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영국이 EU를 탈퇴하느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투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투표가 실시된다는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유럽에 완전히 동화되기를 거부하는 영국의 고집이 반영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결국 유럽의 통합은 가능한가와 유로는 완전한 통화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라는 크고 무거운 질문을 유럽 전체에 던지고 있다.

영국은 오래 전 유럽 통합 움직임이 시작될 때부터 동참을 껄끄러워했다. 1970년대 자국 경제가 골병이 들고 '영국병'이라는 딱지까지 붙으면서 어쩔 수 없이 유럽 통합 움직임에 동참을 선언했지만 지금까지 영국은 여전히 거리두기를 계속하고 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섬나라 영국과 유럽대륙 국가의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영국의 불만= 영국은 EU에 속해 있으면서 잃는 것이 너무 많다고 보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D-16 ①] 유럽이지만 유로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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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적으로 따져보면 분명 영국 입장에서 억울한 면이 있다. EU 28개 회원국 중에서는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은 회원국이 10곳 있다. 영국도 이 10개국 중 하나이며 독일과 프랑스 다음으로 EU 예산에 기여 비중이 높다. 2014~2015회계연도 기준 영국의 EU예산 순기여분은 88억파운드였다. 2009~2010회계연도에 비해 거의 두 배로 늘었다.


2010년 유럽 부채위기가 닥치면서 영국의 피해의식은 더욱 커졌다. 영국의 순기여분이 많아도 유럽 경제 전체가 호황이면 영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럽 경제 전체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부채위기 후 유럽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유럽의 못 사는 나라 국민들이 영국에 들어와 오히려 자신들의 일자리와 복지 혜택을 뺏고 있다고 영국인들은 생각하게 됐고 이는 EU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EU정상회의에서 이민자 유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영국이 유럽에 동화되기를 거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파운드, 그리고 뉴욕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축인 시티오브런던 때문이다.


캐머런 총리는 EU정상들 앞에서 파운드와 영국 금융시장을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유로에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유로가 아닌 파운드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 유로존 국가들이 영국을 차별하지 못 하도록 할 것임을 보장받았다고 밝혔다. 또 유로존에 적용되는 규제가 영국 금융시장에 적용되는 것을 금지한 세이프가드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영국이 파운드를 고수하는 이유는 유로존 가입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정 통합 없는 단일 통화제의 문제점은 그리스 사태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독자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불가능한 그리스는 여전히 외부의 지원에만 의존한 채 고통스러운 긴축 정책을 강요받고 있다. 이른바 경제주권 박탈 논란이다.


독자적인 통화정책 운용이 가능한 영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양적완화와 기준금리 인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유로존 체제에서 가장 큰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독일은 여전히 유로존 재정 통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은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 파운드를 계속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브렉시트 여부 예측불허= 영국이 EU를 떠날 것인지는 예측 불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달 30~31일 실시한 설문에서는 잔류와 탈퇴 여론 비율이 41%로 동률이었다. 애초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계획을 공개했을 때만 해도 설마 EU 탈퇴가 가능하겠냐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잔류보다 탈퇴를 원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정작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지난해 5월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캐머런 총리는 잔류를 원하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총선에서 재집권한다면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던 이유는 보수당 내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영국은 1975년 국민투표를 통해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대영제국의 자존심을 버리고 유럽경제 유럽경제동매체(EEC)를 선택했다. 하지만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보수당 내 탈퇴파와 영국독립당(UKIP)은 1975년 국민투표 후 영국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 했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EU는 여러 변화를 통해 영국인들의 일상과 영국 기업들을 더 많이 통제하고 있는데 영국은 그저 당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영국이 EU 때문에 매년 수십억 파운드의 비용을 치르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노동당과 스코틀랜드 독립당, 웨일스 민족당, 자유민주당 등은 EU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남아야 다른 유럽 국가들에 좀더 쉽게 상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이민자들도 영국에 들어와 일을 하면 세금을 내고 정부 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캐머런 정부 내에서는 EU 잔류에 대한 분위기가 우세하다.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을 비롯해 캐머런 정부의 각료 다섯 명이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을 비롯해 다른 열 여섯 명의 각료들은 EU 잔류를 주장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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