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휘발유 값을 내려라."
요즘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주장이다. 경유(디젤) 차량의 배기가스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환경부가 경유 값 인상을 주장하자 불똥은 휘발유 값으로 튀었다.
그동안 휘발유 차량 운전자들은 불만이 많았다. 경유보다 휘발유의 원유도입가가 더 싼데도 휘발유에 물리는 세금이 200원 가량 많아서 늘 비싼 가격에 기름통을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휘발유가 대기오염을 많이 시키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반신반의하면서도 받아들여야 했다. 도로에 나가보면 경유차가 검은 연기를 내뿜는 모습을 보면서도 고개만 갸우뚱해야 했다.
하지만 경유차의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이 밝혀지면서는 태도가 바뀌었다. '휘발유차보다 경유차가 환경오염을 더 시키는데 휘발유만 비싼 값에 팔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휘발유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이들의 열변에 머리가 끄덕여진다.
경유차 운전자들도 항변한다. '정부가 클린디젤이라고 인증을 해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경유 값을 올리느냐',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일부일 뿐인데 경유차만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등이 그것이다. 졸지에 경유차 운전자들은 핸들을 잡을 때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과거 정부가 화물용으로만 허용했던 경유차를 승용차까지 확대하면서 디젤승용차의 충분히 환경친화성을 검증하지 못한 결과다. 이에 대한 책임이 정부와 자동차 회사에 있지, 경유차 운전자의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이들의 주장에도 수긍이 간다.
지금의 유류세를 보자. 휘발유 값에는 종량세인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529원), 교육세(79.35원), 주행세(137.54원)가 붙는다. 원유도입가에 상관없이 정액으로 745.9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공급가액의 10%만큼 부가가치세를 내야 한다. 휘발유 값이 0원이라면 총 세금은 820.5원이 부과된다. 원유도입가가 높아지면 부가세도 함께 올라가게 돼 소비자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경유는 이보다 200원 가량 적은 세금을 낸다.
정부는 이들 유류세로 지난해 20조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했다.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만 14조원에 이르고, 국세인 교육세는 2조1000억원, 지방세인 주행세는 3조6400억원이다. 여기에 수조원의 부가세까지 있다.
국내 유류세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휘발유 값에서의 세금 비중은 한국의 경우 61%였다. 회원국 23개국 가운데 16위다. 영국(72%), 네덜란드(70.3%) 등은 70%를 넘는다.
이제 유류 가격 정책에 전면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과거 휘발유가 경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해서 더 많은 환경부담금을 매겼다면 이제는 바뀐 기준을 정해야 한다. 휘발유와 경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각 유류들이 환경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지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이를 토대도 휘발유 값을 내리든, 경유 값을 올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경유 값 인상이 수송비용 증가 등으로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화물차 운전자 등 서민들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산업경쟁력을 위해 우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삼을 수는 없다. 일부 산업용 수요에는 거기에 적합한 감세 혜택을 주면 된다.
무엇보다 자동차회사들이 갖고 있는 친환경 기술에 대한 확실한 검증과 감시가 필요하다. 이 검증은 한 번이 아니라 주기적이면서도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자동차 수명은 10년은 기본이고, 20년 이상 달리는 경우도 많다. '폭스바겐 게이트' 사태로 드러났듯이 정부가 기업을 믿는 순간 배신을 당한다.
조영주 세종취재본부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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