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선업에 대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지정 전이라도 고용유지지원금, 실업급여 등 현행 제도를 활용해 하청, 협력업체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생계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쌍용차, 한진중공업 등 과거 구조조정 사례에서 보듯, 투쟁만으로는 내 일자리가 지켜지지 않는다"며 "'협력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조건적인 구조조정 반대 투쟁은 결국 근로자들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회사의 회생만 지연시키게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컨테이너를 많이 실은 배가 태평양을 건너다가 정말 감당할 수 없는 큰 파도를 만났을 때 그대로 가다 좌초되는 것 보다 일정분량 내려놓고 파고 넘은 뒤 다시 컨테이너를 싣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쌍용차, 대우차의 사례를 들어 '협력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도 "쌍용차 티볼리가 잘 팔리니까 정리해고된 분들이 돌아오는 협의틀이 마련되고 일정이 짜여졌다. 대우차만 해도 5년 정도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량 수출 등이 늘면서 다시 1600여명의 정리해고자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협력적 구조조정만이 노사의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미래에 기업의 회생과 근로자의 고용안정을 약속할 수 있다"며 "이러한 방향으로 노사가 노력할 경우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최근 구조조정 위기를 겪고 있는 조선업에 대해서는 "채권단과 조선 3사간 논의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각 채권단, 각 사별로 퇴직인력 등이 정해지면 어떻게 지원할 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현 단계에서) 들어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했다.
구조조정 규모 추정과 관련해서도 "채권단 등 기본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전망하는 게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신청이 접수된 만큼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정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면밀한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 ▲고용유지 지원과 실직 근로자의 생계안정 및 재취업 지원 병행 ▲중소조선사와 협력업체 우선 지원 등 3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기 전이라도 우선 물량팀, 중소기업, 기간제 근로자 등에 대해 현행 고용지원제도를 활용해 지원하고, 자치단체, 해당기업과 협력하겠다"며 "현재도 기업이 근로자를 유지하고 최대한 버티겠다고 할 경우 6개월 간 지급임금의 3분의 1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지원과 관련해서는 "근로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보험)납입기간이 부족하거나 납입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지침이 마련돼 있다"며 "가급적 실업급여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업대란 발생 시 예산문제에 대해서는 "고용보험기금 상 대량실업 등에 대비해 150%를 비축하도록 의무화돼 있고, 동일 사업의 20% 내에서 증액편성 할 수 있어 그 부분을 활용할 수 있다"며 "고용지원 부분에서 예산 문제는 크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대량 실업 발생이나 고용상태 불안에 대비한 준비금으로 여유자금을 적립하게끔 돼 있다. 실업급여의 경우 해당 연도 지출액의 1.5배 이상 2배 미만이다. 예치된 돈을 사용할 때는 추경이 필요하지만, 20% 내에서 실업급여를 증액 편성할 때는 추경 없이도 가능하다.
이 장관은 "노동개혁 입법이 지금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구조조정 지원방안을 담고 있음에도 입법지원에 따라 구조조정 피해 근로자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20대 국회가 개원되면 빠른 시일 내 당정협의를 거쳐 노동개혁 법안의 재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19대 제출 법안과 골격은 같다"며 "최종 확정과정에 무엇을 더 포함하고 어떤 일정으로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당정 협의를 해서 최종적으로 방향을 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분리입법 가능성에 대해서는 "파견법만 해도 당사자, 국민들이 더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며 "국민들 입장에선 분리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임시, 일용보다는 파견형태라도 경력과 기술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고도 절실하다"며 "20대 국회에서 조속히 노동개혁 법안이 처리되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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