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같은 하늘아래 '부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서로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합시다"
부부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11사단 전덕호 대위는 아내 권연주 중사에게 손으로 직접 손으로 편지를 써서 건네주었다. 이들은 2014년 결혼할 때 전 대위가 중대장을 맡고 있어 신혼여행도 못 갔다. 전 대위가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권 중사는 신혼여행을 가지 말자는 말을 먼저 꺼내 남편의 부담을 덜어줬다고 한다. 남편 전 대위는 그 마음을 잊지 못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육군의 군인 부부는 모두 1570쌍. 11사단은 사단급 부대로는 군인 부부가 가장 많은 곳이다. 11사단에는 이들과 같은 군인 부부가 19쌍이나 더 있다. 육군은 '부부의 날'을 하루 앞둔 20일 군인 부부가 무려 20쌍에 달하는 11사단의 사연을 소개했다.
육군 11사단 인사참모처의 임형욱 대위는 11사단 예하 여단에서 보안 업무를 하는 아내 홍서희 중사가 늘 든든하다. 일을 하다가 막힐 때면 부대 현안을 잘 아는 홍 중사가 유용한 조언을 해주기 때문이다. 임 대위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다 보니 서로 업무에 조언을 하기도 하고 문제가 생기면 코치 역할도 해줘 일하는 데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육군에서는 이들 부부와 같이 한 부대에서 근무하는 부부가 늘어나는 추세다. 육군은 군인 부부가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육군의 '일ㆍ가정 양립정책'은 군인 부부가 결혼 이후 5년 동안 같은 부대나 인접 부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2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군은 탄력근무제가 적용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부부가 가사를 분담할 수 있도록 남군도 육아휴직을 낼 수 있도록 했고 휴직 기간은 진급 최저 복무 기간에 포함해 진급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군인 가족의 육아 부담을 덜고자 군 자녀 어린이집이 지난해 53곳에서 63곳으로늘었고 올해부터는 훈련이나 당직근무 때 아이를 잠시 동료 군인 가족에게 맡기는 '아이돌봄 위탁제도'도 운영된다.
그러나 군 복무의 특성상 군인 부부는 남들과는 다른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15사단 일반전초(GOP) 대대 작전과장인 손상익 소령은 아내 최애지 중사가 같은 부대에 있지만 한 달에 두 번 있는 휴가 때만 아내를 볼 수 있다. 최 중사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다. 손 소령은 "아내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멀리 떨어져 있었다면 만삭인 아내가 많이 걱정됐을 텐데 같은 부대에 있으므로 덜 불안하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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