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가격지수 101.7로 일주일새 0.03% 줄어 14주째 하락
대구·충남 물량 많아 조정 불가피…울산은 조선업 불똥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방 아파트 매매가격이 14주째 하락세다. 이달부터 지방으로 확대 시행된 여신 가이드라인, 즉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조선업 등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며 하락 폭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다만 지역별로 약세 원인은 조금씩 다르다.
1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지방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매매가격지수는 101.7로 전주 대비 0.03% 줄었다. 지난 2월8일(-0.01%) 이후 14주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연구개발실 부연구위원은 "지방 아파트값의 약세는 기본적으로 주담대 규제 강화와 조선업 구조조정 우려에 따른 일부 지역의 경기침체 영향"이라며 "여기에 대구와 충남 등은 공급과잉 우려까지 부각된 탓에 지방에서도 상대적으로 낙폭이 크다"고 말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낙폭이 가장 큰 곳은 대구와 충남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전주 대비 0.07%씩 떨어졌다. 대구에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21일 전주 대비 0.08% 하락한 이후 지난 9일까지 21주째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의 아파트값 약세는 입주 물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15년 1만8000가구였던 대구의 입주 (예상)물량은 올해와 내년 각각 2만1000가구, 2만4000가구로 매년 3000~6000가구 늘어난다.
대구 아파트값은 내년까지 조정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대구는 2017년까지 입주 물량이 많아 하락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과거 상승 폭에 비해 최근 하락 폭은 미미하다고 할 수 있어 '거품'이 빠지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하향 안정화'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충남도 마찬가지다. 아산ㆍ내포 등 연이은 신도시 개발 때문에 미분양 주택 수가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미분양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충남 미분양 주택은 7823가구로 전국 5만3845가구의 14.5%를 차지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계속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면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며 "내포신도시에 당초 목표인 10만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3만명도 정착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는 상황이라 가격 하락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난 2일 기준 0.04%를 기록했던 매매가 상승 폭은 9일 0.01%로 줄었다. 가까스로 상승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앞으로 조선업 구조조정이 현실화할 경우 집을 살 수 있는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지난 9일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지방의 하락세에도 수도권이 강남 재건축 훈풍에 상승 폭이 0.03%에서 0.04%로 커진 영향에 보합을 기록했다.
전국 전셋값은 주택시장 불확실성과 대출심사 강화로 인한 매수심리 위축과 월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선호가 계속되며 지난주 대비 상승 폭이 확대(0.04→0.05%)됐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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