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의 운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현대상선 회생의 핵심 변수인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 여부가 18일 결정된다. 용선료 인하의 키를 쥔 해외 선주들은 하루 앞선 17일 방한했다.
이날 입국한 선사는 그리스 다나우스와 나비오스, 영국 조디악, 싱가포르 이스턴퍼시픽 등 5개사다. 현대상선 용선료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이다. 이들은 현대상선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과 담판을 짓는다.
그 결과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넘어 한진해운의 용선료 인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우리 해운업계의 운명이 달린 것이다. 5개 선사와 채권단의 협상 결과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결말을 암시할 수 있는 3가지 포인트를 짚어봤다.
◆면담 주체는? 현대상선 아닌 산업은행= 5개 선사의 이번 방한은 현대상선이 아닌 채권단과의 면담을 위해서다. 선사들은 18일 오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회동을 갖는다. 앞서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와 관련해 지난 4일 해외 선주들에게 경영정상화 방안을 담은 요청서를 보내 16일까지 인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최후 요청서를 통해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선주들이 현대상선 외 채권단과 금융당국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입장을 전해와 이번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선주들은 이 자리에서 채권단의 지원 방침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속내는 현대상선을 회생시키려는 채권단의 의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방한의 파트너가 현대상선이 아닌 채권단인 것은 그래서다. 지금 상황에서 현대상선의 정상화는 채권단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그 여부를 최종 확인한 뒤 용선료 인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선주들은 채권단의 입장을 사실상 한국 정부의 입장으로 보고 있다"며 "용선료 인하는 자신들이 결정할 일이지만, 그 결정에 근거가 대는 채권단의 의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 이번 방한의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이유는? 용선료 인하에 대한 보상 수위 등 협상=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진행될 협상에서 선주들은 정부의 회생 의지를 확인하고 용선료 인하에 대한 보상 수위 등을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출자전환 비율과 용선료 인하율 등에 대한 논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용선료 인하가 무산될 경우, 현대상선의 조건부 자율협약은 자동 파기되고 법정관리행을 피할 수 없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협상 타결 여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만에 하나 선주들에 대한 설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법정관리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선주들에게도 부담이다. 선주들이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것은 그같은 선주들의 부담을 방증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개월간 협상해온 선주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한다는 건 용선료 인하에 대한 기본적 합의는 이미 이뤘다는 의미"라면서 "출자전환 비율과 인하율 등 채권단에서 내놓을 수 있는 것을 마지막까지 압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판단은? 최종 결론 20일 이후 무산땐 법정관리= 이번에 입국하는 선주 측 관계자는 선대관리 담당 임원들이다.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시일이 좀더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용선료 인하 협상의 최종 타결 시점은 20일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 과정에서 선대관리 담당 임원들은 채권단의 의지와 법정관리 부담 등 이번 방한 보고서를 본사 경영진에 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
늦어도 내주 초 용선료 인하 협상이 결론나면 채무 재조정의 기회가 주어진다. 산업은행은 이날 시중은행과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채권자들에 채무 재조정 등 경영 정상화 안건을 부의하고 24일 결의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상선이 용선료 협상과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하면 새 글로벌 해운동명인 '디 얼라이언스'에도 편입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은 현대상선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을 넘어 이미 얼라이언스 편입이 확정된 한진해운의 용선료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실상 대한민국 해운업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인데 최선의 결과와 최악의 결과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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