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넥타이 정치'가 화제다. 원내대표 선출 이후 야당 지도부와의 만남에서 각 당의 색에 맞춘 넥타이를 매며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넥타이는 항상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남성 정치인에게 자신의 개성을 표현 할 수 있는 주요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변하거나 새로운 결단을 할 때 도구로 이용되는 넥타이는 정치인들에게 '제2의 얼굴'인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5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는 자리에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그는 노란 넥타이를 맨 이유에 대해 "우 원내대표가 김대중(DJ) 전 대통령 문하생이고, 저는 JP(김종필 전 총리) 문하생인데 DJ가 노란색을 좋아하셨다고 해서 매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DJP연합을 언급하며 협치를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의 스승과 제 스승이 DJP 연합을 했고, 두 어른들은 협치를 처음으로 실천하신 분들"이라며 "우리가 DJP 문하생들이니 협치를 잘 한 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넥타이 정치'에 우 원내대표도 넥타이로 응수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강과 더민주의 파란색이 교차로 배치된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그는 "20대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앞서 정 원내대표는 4일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만날 때는 국민의당 상징색인 녹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정 원내대표는 "형님(박 원내대표) 만난다고 일부러 넥타이도 이걸로 했어요"라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청와대에서 일 해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께 잘 진언하셔서 좋은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화답했다.
정치인들에게 넥타이 색을 바꾼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나타낸다. 20대 국회의원 총선거 직전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진영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 당시 초록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국민의당으로 입당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더민주 입당 기자회견에서는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입당했고 이후 줄 곳 파란색 넥타이를 고수하고 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은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할때마다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그는 지난 3월 23일 저녁 탈당 기자회견때도 검은 정장에 주황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지난해 유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당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주장을 했던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맨 것이다. 이후 원내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이 넥타이를 맸었다.
넥타이는 때 아닌 설전을 불러오기도 한다. 1996년 15대 총선 최대 격전지인 경기도 부천소사에서 맞붙은 당시 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국민회의 박지원 후보는 넥타이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이 대결의 발단의 자서전 제목에서 비롯됐다. 김 후보는 '아직도 나는 넥타이가 어색하다'라는 자서전을 냈고 이에 박 후보는 '넥타이를 잘매는 남자'라는 책을 내 맞불을 놓았다. 결국 김 후보가 박 후보를 검찰에 고소하는 사태까지 이어졌다. 넥타이 전쟁은 승자는 누구였을까, 선거는 김 후보가 이겼다. 이후 경기도지사까지 지내며 승승장구 했던 김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무릎을 꿇었고, 박 후보는 계속 여의도에 남아 20대 국회 국민의당 신임 원내대표에 선임됐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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