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올해 건설경기 악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건설사들이 '담합 낙인'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에 대한 특별 대사면 이후 사회공헌사업 확대, 자정 결의 등 악습 청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지만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더기 어닝 쇼크 가능성에 노출되고 있어서다.
2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가스공사가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 발주한 통영ㆍ평택ㆍ삼척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입찰 과정에서 담합한 13개 건설사에 과징금 3516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부과된 과징금은 2014년 7월 호남고속철도 담합에 따른 4355억원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는 지난 2005~2006년, 2007년, 2009년 총 3차례에 걸쳐 낙찰 예정자를 미리 정해두고 12건의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 참여한데 따른 제재다. 수주총액(3조2269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부 건설사는 과징금으로 적자 전환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건설업계는 당국의 제재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사면에도 불구하고 답합을 척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서는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공사를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도 아니고 10년 전 공사를 적용해 과징금을 물리는 상황에서 버텨낼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건설유관기관 한 관계자는 "이번 과징금 부과 대상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에 포함됐던 프로젝트"라며 "당시 자진신고도 하고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또다시 공정위의 처벌을 받는데 이어 가스공사의 손해배상청구 부담까지 안게 된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닌지 묻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발주 시스템의 근본적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 대형건설사 임원은 "최저가낙찰제로 정부에서 발주한 공사 예정가 대부분이 현실적인 공사비보다 낮게 책정되는 상황"이라며 "올해 300억원 이상 공사에 대해서는 종합심사낙찰제가 도입된다고 하지만 담합을 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입찰 시스템이 바뀔 수 있을 지는 두고봐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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