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신한·KB국민·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이 지난 1분기에 조선·해운 기업 대출금에 대한 충당금을 모두 7000억원가량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불똥이 은행으로 튀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1분기에 조선·해운 업종 충당금으로 가장 많은 3500억원가량을 적립했으며 KB국민은행은 1300억원, 신한은행 1250억원, 하나은행 700억~800억원가량을 쌓았다. 모두 합하면 6800억원 규모다.
은행들은 대출 자산 건전성을 따져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하며 돈을 떼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충당금을 쌓아둔다. 같은 단계라도 신용평가 결과에 따라 충당금 적립액은 달라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민영화를 앞둔 상황이라서 추가로 부실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방침”이라며 “현대상선의 경우 1400억 가량 나가있는데 100% 충당금을 쌓았고 대우조선해양도 건전성 등급은 유지하면서도 추가적으로 충당금을 더 많이 적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대형 이슈가 터지지 않는 한 조선과 해운 업종의 부실이 전이되서 어려움을 겪을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허정수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 21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로 하는 기업설명회)에서 "일부 해운과 조선업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을 포함해 향후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았다"고 말했다.
임보혁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21일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조선과 해운업과 관련해 올 한해 손익기반을 위협할 정도의 요소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앞서 더 일찍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았기 때문에 올해 1분기에는 비교적 덜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은 비교적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충격을 흡수할 정도의 준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국책은행은 상대적으로 여신 규모가 커서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시중은행 여신 중 고정 이하의 부실채권으로 1.13% 수준인 반면 산업은행은 전년보다 3.19%포인트나 늘어난 5.68%(7조300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으로 인해 여타 산업이나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면 시중은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기홍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충당금을 많이 쌓았고 올해 1분기에도 선제적으로 적립해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기업이 무너지면 그 밑에 깔려있는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기 때문에 시중은행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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