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가 적자 탈출을 위해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지만, 진짜 태풍은 아직 남아있다. 정부발(發) 인수합병(M&A)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 대해 단순히 과거 기업 회생에 방점을 두던 것에서 방향을 전환해 기업간 M&A와 같은 빅딜을 검토하는 동시에 최후의 수단인 법정관리를 불사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수주 절벽에 허덕이는 조선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간 M&A 가능성이 그어느때보다 높다. 현재의 과잉 공급 시장 구조에서 조선사업의 구조를 개선하는 데는 M&A 방식이 가장 적절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부는 대형 조선 3사를 1~2개로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최대 관심사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자체 회생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튼튼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비해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두 업체가 모두 경남 거제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다만 정부는 대우조선에 대해선 선(先) 정상화, 후(後) 매각의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회사 역량을 높게 평가하며 정상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대우조선의 경우 LNG선과 같은 분야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해양플랜트 부문을 줄이고 대우조선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할 경우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업계에선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추진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업황이 침체되면서 위기에 빠진 측면이 있다"며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경쟁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중 두 개만 남겨두는 이른바 '빅2'설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던 대우조선에 정부가 4조2000억원을 지원해 살려놓고는 이제와 M&A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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