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는 당신의 샷에 '무관심', 인내심과 평정심이 '해답'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골프에서 한순간 무너지는 건 월드스타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해 마스터스가 대표적이다. 조던 스피스(미국)는 최종 4라운드 12번홀(파3)에서 공을 두 차례나 물에 빠뜨리며 무려 7타를 쳐 '쿼드러플보기'라는 치명상을 입었다. 딱 한 홀에서 다 잡았던 우승을 날린 셈이다. "최악의 샷이 겹쳤다"고 고개를 떨궜다. 아마추어골퍼들은 더하다. 토핑이나 뒤땅 등 어이없는 샷으로 순식간에 망가진다. 바로 집중력 때문이다.
아마추어골퍼들의 경우 동반자의 영향이 크다. 먼저 슬로우 플레이다. 빙하기에서 막 나온 사람 같다. 페널티를 줄 수도 없고, 속이 까맣게 탄다. 샷을 기다리다 지치고, 뒷조에서 욕할까봐 걱정이 뒤따른다. 스포츠 심리학자 지오 발리앤트 박사는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평소 프리 샷 루틴을 유지해야 스코어를 지킬 수 있다"고 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의 조 편성도 비슷한 맥락이다.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4시간 이상을 함께 한다는 게 그야말로 '지옥'이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골퍼가 대타로 투입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된다. 뉴페이스가 나를 어떻게 평가할 지 신경이 쓰인다. 발리앤트 박사는 "동반자는 당신의 샷에 관심이 없다"며 "자신만의 플레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비바람 등 악천후다. 특히 바람의 세기와 방향이 자주 바뀌면 머리가 더 아프다. 고탄도 샷을 구사하는 골퍼라면 대책이 없다. 이때는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긍정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폴 에이징어(미국)는 강풍 속에서 '넉다운 샷'을 잘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선수다. "어드레스에서 공을 오른발 쪽에 가깝게 놓고, 피니시를 낮게 가져가라"는 주문이다.
마지막은 코스컨디션이 안 좋을 때다. 페어웨이는 디봇 투성이고, 그린은 모래를 뿌려 공이 멋대로 굴러 간다. 딱 요즈음 같은 봄철이다. 하지만 불만을 쏟아낸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다. 동반자들이 같은 조건에서 플레이한다는 것을 기억하자. 봅 로텔라 박사는 "골프는 의지에 따라 스코어가 달라진다"며 "상대를 이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는 결국 인내심과 평정심"이라고 강조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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