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취임 100일 앞두고 연일 강공발언
"구조조정과 경제활성화 직접 챙기겠다"
'여소야대' 국회 리스크에 목소리 키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순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조조정 지휘관으로 나서 칼을 뽑았다. 지지부진하던 공급과잉 업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겠다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1일 취임 100일을 앞둔 유 부총리는 대규모 실업자가 양산될 수 있고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치권 설득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한국 경제 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해 산업구조개혁 선봉에 나서기로 했다.
유 부총리 취임 전부터 국내 경제 상황에서 경제활성화 입법과 구조조정은 사실 해묵은 현안이었다. 해운·조선·철강 등 우리 경제 주력업종에 대한 경고등은 켜진 지 오래였다.
유 부총리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 구조조정에 대한 언행에 신중을 기해 왔다.
취임 이후 경제 상황은 다소 나아지는 듯 했기 때문이다. 1분기 재정 조기집행과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 정책 동원으로 생산과 내수가 반등세로 돌아섰고, 지난달 수출도 감소 폭이 줄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됐다. 연초 불거졌던 중국 증시폭락이나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변수도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1분기 성장률이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전기 대비 0.3~0.7%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에, 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유 부총리는 여러 차례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3.1%를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그러나 가장 큰 변수는 제20대 총선에서 찾아왔다. '여소야대'로 결과가 나면서 경제정책에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여야는 19대 마지막 임시국회 개원에 합의했지만 그동안 쟁점 법안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만큼 난항이 우려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연일 강도 높게 구조조정과 경제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5일 해운업과 조선업 등을 거론하며 “공급과잉·취약 업종의 구조조정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 원칙을 세우면 채권단이 민간주도형 구조조정을 차질없이 추진하도록 하겠다는 게 유 부총리의 방침이다.
특히 현대상선을 지목하는 강도 높은 발언은 해운 담당부처인 해양수산부 김영석 장관이 나서 “(부총리 발언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걱정이라는 뜻”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선거 이후 자칫 위태로울 수 있는 경제개혁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까지 감지된다.
18일에도 유 부총리는 현안점검회의에서 “노동개혁법, 서비스법, 규제프리존법 등이 19대 국회 잔여 임기 중 통과될 수 있도록 제가 앞장설 것”이라며 “간부들도 여야 의원 설득 노력을 강화해 주길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달 발표하기로 한 청년·여성 일자리 대책, 서울시내 면세점 추가 대책, 재정전략 회의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해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재정이나 통화정책을 동원하는 것은 국내 경제 여건상 맞지 않을 수 있다”며 “정부가 구조조정과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고민 끝에 나오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