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정부가 조선ㆍ철강업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주 절벽에 허덕이는 조선업의 경우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간 인수ㆍ합병(M&A) 가능성이 관건이다. 이 중 최대 관심사는 대우조선해양이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5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자체 회생 능력을 상실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는 시나리오가 수면위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튼튼한 모기업을 배경으로 두고 있어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비해 대우조선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두 업체가 모두 경남 거제에 위치하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도 있다.
다만 삼성그룹이 지난해 방산사업에서 철수한 마당에 방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다시 인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방산 부문을 분리해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선 정부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추진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은 세계 최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업황이 침체되면서 위기에 빠진 측면이 있다"며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다가 오히려 경쟁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중 두 개만 남겨두는 이른바 '빅2'설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던 대우조선에 정부가 4조2000억원을 지원해 살려놓고는 이제와 M&A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철강업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의 첫 적용대상으로 철강산업을 지목했을 정도로 철강업계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경쟁력을 상실한 중소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일본처럼 M&A를 통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 철강업계는 잇단 M&A를 통해 신일철주금, JFE홀딩스, 고베제강소 등 3강 체제로 정리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우리도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하는 대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동부제철 등 한계 기업들도 매각이 여의치 않을 경우 비슷한 방법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제품 전문화와 생산시설 대형화로 추진될 수 있다. 현대제철은 자동차강판, 동국제강은 선박 건조용 후판에 집중하는 대신 기존 건자재 부문은 중소업체에 넘기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샷법 발효 이후 공급 과잉이 이뤄지는 산업에서 M&A 비용 부담은 크게 줄었다"며 "포스코, 현대제철 등 경쟁력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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