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오너의 '갑질' 논란이 빚어진 두 기업의 주가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비앤지스틸은 지난 8일 정일선 사장의 '매뉴얼 갑질' 논란에도 주가가 전장대비 1.4% 오른 1만900원에 마감했다. 그 다음날에도 주가는 오히려 더 오르다가 전장과 같은 가격에 마감했다. 정 사장의 사과 이후 고액 연봉과 내부거래 등 각종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주가는 내리지 않았다.
이는 앞선 정우현 MPK그룹(미스터피자) 회장의 경우와는 다른 양상이다. 정 회장은 지난 2일 경비원 황모씨를 폭행해 갑질 논란에 휩싸였고, 이후 MPK 시가총액은 5거래일 만에 약 174억원이 증발했다.
이 같은 차이는 두 기업의 사업적 특성이 빚어낸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비앤지스틸은 매출의 대부분이 현대차, 기아차, 현대로템 등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기업간거래(B2B) 기업이다. 주로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해 이들에 납품한다. B2B기업은 수주계약이 몇 년 단위로 이뤄지고 거래 관계도 보수적이기 때문에 사업이나 업황과 관련된 것이 아니면 웬만한 이슈에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피자를 만들어 파는 MPK의 경우 소비자간거래(B2C) 기업이기 때문에 작은 이슈에도 민감하다. 자칫 소비자가 불매운동이라도 벌이면 매출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또 피자를 소비하는 연령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층이라 인터넷을 통한 이들의 거센 항의에 기업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 정 회장의 갑질 논란 이후 다음 아고라와 네이버 가맹점주들의 모임 카페, 일부 소비자 단체 등에서 '미스터 피자 반대'를 외치며 서명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SNS에서도 불매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경영주의 갑질 논란이 불매운동 등 직접적 매출 변화를 초래하지 않으면 이미지는 나빠질지 몰라도 주가는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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