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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OUT④]피해자를 향한 잘못된 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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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얘기해야 생각 영화 만들고 오케스트라 지휘자 되고 싶어"

[성폭력 OUT④]피해자를 향한 잘못된 인식 개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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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저도 처음 내방했을 때 절대 내 사건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두려웠거든요. 그런데 소아정신과에 입원하면서 엄마랑 외삼촌, 오빠랑 다같이 얘기를 하다보니까 저 말고 다른 피해자를 위해서라도 얘기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대학생인 이모(23·여)씨는 아버지에게 8살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약 12년 간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장기간 폭력이 지속됐지만 말하지 못했던 것은 가해자가 이 얘기가 발설되면 가족이 파탄난다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나만 빠져 나오면 아빠, 엄마, 오빠 이렇게 편하게 살겠지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폭력 피해 후유증으로 환각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명 기숙사 침대에 누워있는데 자신의 형상이 말을 걸어왔다. "몇 살 때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 내 모습이 내 눈앞에서 '너는 가야해', '너는 여기서 떠나야 해'라고 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자신의 이상 증세를 느낀 이씨는 학교 근처 청소년 상담센터를 방문하게 된다. 이씨는 당시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씨는 이후 서울해바라기센터를 소개 받아 오게 된다.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법적 절차와 적절한 치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도움이 됐던 치료는 상담이다. 2012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상담을 했고 성인이 되고 난 후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이씨는 "상담을 하면서 내가 살아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전국 36개 해바라기센터는 매년 2만여명의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병원을 바탕으로 여성가족부, 경찰 및 각 시도가 통합해 의료부터 법률적 상담까지 한 번에 이뤄진다. 지난해 발생한 성폭력 피해 3만600건 중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 2만1000여명을 지원했다.


가해자는 현재 10년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처음 경찰 진술 과정에서 본인의 잘못을 부정했으나 증거와 진술이 모두 일치해 결국 인정을 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형량을 깎기 위해 법무부 장관 출신을 변호사로 선임하고 초범이다, 부모가 연로하다 등 갖은 핑계를 댔다.


피해자 이씨의 어머니는 "가해자는 악랄하고 죄를 뉘우치지 못한다"며 "지금도 자신의 죄가 뭔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지만 나도 딸한테 죄인이라고 생각했다"며 "딸과의 관계 회복을 위채 회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내가 바로 서야 아이가 바로 설 수 있다 생각하고 가장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했기 때문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태인 딸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담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꿈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가 되는 것이다. 이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음악 공부도 할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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