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 3대 은행들은 4년간 이어진 엔화 약세 흐름이 올해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초 도쿄-미쓰비시 UFJ 은행,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 미즈호 은행의 일본 3대 은행은 모두 올해 엔화의 소폭 평가절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초 세계 금융시장이 격변을 나타내면서 이들 3대 은행의 엔화 전망이 바뀌었다. 실제 엔화는 올해 들어 강세로 전환됐다. 일본은행(BOJ·일본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조치 덕분에 엔화는 지난 4년간 30% 이상 평가절하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6.7% 평가절상됐다. 예상 밖의 엔화 강세 흐름에 일본 은행들은 일제히 엔화 예상치를 조정했다.
일본 최대 은행인 도쿄 미쓰비시 UFJ 은행은 지난 1월에 올해 연말 달러·엔 환율 예상 범위를 달러당 112~126엔에서 달러당 105~118엔으로 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엔 환율 종가는 달러당 120.22엔이었다. 도쿄 미쓰비시 UFJ 은행은 엔화가 올해 강세, 약세 모두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가 강세 쪽으로 기운 셈이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올해 연말 예상치를 달러당 123엔으로 제시해 엔화 소폭 약세를 예상했던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은 지난달 환율 예상치를 달러당 117엔으로 조정했다. 엔화가 올해 소폭 평가절상될 것으로 예상을 바꾼 것이다.
애초 엔화 강세를 예상했던 미즈호 은행은 엔화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즈호 은행은 지난 9월 달러당 116엔 예상치를 지난달 달러당 108엔으로 조정했다.
엔화 강세가 예상되는 이유는 단순히 금융시장이 불안하면서 안전자산으로써 엔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흑자 규모는 30년만의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분기 GDP 대비 경상흑자 비율은 3.3%였다.
구매력 기준 엔화는 주요 16개 통화 중 스웨덴 크로나 다음으로 저평가된 통화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이 약해졌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엔화가 약세를 나타낼 수 있는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약해진 것이다.
BOJ 통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불안감도 엔화 강세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BOJ가 지난 1월 말 전격적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채택했다. 하지만 더 이상 BOJ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이후 되레 엔화 가치를 밀어올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도쿄 미쓰비시 UFJ 은행의 리서치 부문 대표인 우치다 미노리는 "BOJ가 추가 부양 조치를 통해 엔화 약세를 끌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와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엔화 강세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의 구레다 신지 외환 트레이딩 부문 대표도 "BOJ의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정책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엔화 가치를 밀어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구레다 대표는 이번달 중순에 있을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간 회동은 달러당 105엔까지 엔화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는 긴축과 부양으로 방향을 달리 했다. 이는 엔화 약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구레다 대표는 상반된 양국 통화정책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즈호 은행의 카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반대로 움직였던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이 올해 분명히 바뀌고 있다"며 실질 환율에 상당한 조정을 일으킬 수 있는 회담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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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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