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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의 비밀-上]유가 0원 돼도 ℓ당 900원 '세금 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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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중 세금 6만6000원인 구조
휘발유값 1000원 아래로는 불가능해…국제유가 0원이어도 ℓ당 900원
韓 유류세, 美·日 대비 30% 높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쏘나타ㆍK5와 같은 중형차에 휘발유를 가득(60ℓ) 넣는데 요즘에는 8만원이면 충분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2014년에는 11만원이었다. 기름값이 2년전보다 27%(3만원) 떨어졌지만 국제유가의 감소폭과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 국제유가는 이 기간 배럴당 100달러에서 30달러로 70% 정도 하락했다. 국제유가 감소폭이 기름값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쏘나타ㆍK5를 '만땅' 채우는데 5만원이면 충분하다.

[유류세의 비밀-上]유가 0원 돼도 ℓ당 900원 '세금 족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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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휘발유 가격 하락폭이 국제유가 하락폭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기름값에 붙는 세금, 즉 유류세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70%, 휘발유 가격이 27% 떨어지는 동안 유류세는 965원에서 903원으로 6% 떨어지는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유류세 비중은 55%에서 66%로 늘었다. 10만원치 기름을 넣으면 6만6000원이 세금이라는 얘기다. "기름을 넣는게 아니라 세금을 넣고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 석유제품 가격에 유류세, 정유사ㆍ주유소 마진 등이 더해져 결정된다. 또한 유류세는 ℓ당 세금이 부과되는 종량세다. 판매가격에 연동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량에 정률로 세금이 붙는다.


유류세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계속 인상됐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통세는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한시적으로 ℓ당 505원에서 462원으로 인하됐지만 1년도 안돼 원상복귀되는가 싶더니 이내 인상되면서 529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교육세, 주행세 등을 추가하면 ℓ당 745.89원의 세금이 부과되는데 관세와 석유수입부과금,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900원이 넘는다.


[유류세의 비밀-上]유가 0원 돼도 ℓ당 900원 '세금 족쇄'


지난 21일 기준 ℓ당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1355.02원으로 903.91원이 세금이다. 반면 원유 수입원가는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319원까지 떨어졌다. 둘의 차이는 2.8배에 이른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유사와 주유소가 이익(수수료)을 포기한다 해도 기름값은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없다. 가령 국제유가가 0원이더라도 국내 소비자들은 리터당 90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떨어지면 소비자 가격은 1300원 초반에서 고정될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추가로 인하돼 10달러선으로 내려가면 1200원대, 그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1100원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유류세는 미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30% 이상 높다. 미국은 휘발유 1ℓ에 부과한 세금이 150원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에너지 사정이 비슷한 일본도 600원대 초반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5년 이후 10년 간 2007년을 제외하고는 일본보다 세전 휘발유 가격이 비싼 적이 없었다"며 "세금 부과 후 소비자 가격이 역전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류세 인하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만 정부는 부정적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19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지금 단계에서 유류세에 손을 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시행했던 유가환급금 제도의 재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유가가 140달러 정도로 기름값이 상당히 높았지만 지금은 저유가이기 때문에 유가환급의 효과보다 세수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며 반대했다.


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제품 소비가 늘면서 지난해 정부의 유류세 수입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에너지ㆍ석유시장 감시단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휘발유ㆍ경유에서만 24조원의 유류세를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17조9000억원, 2014년 19조4000억원 대비 크게 늘어난 규모다. 대표적인 유류세 항목인 교통세 수입만 봐도 지난해 13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0억원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에 따른 혜택에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정부의 세수만 불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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