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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패닉, 제2의 유럽발 금융위기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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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대형은행들의 주가하락 사태로 대변되는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금융권 위기가 단기간에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011년에 이은 두번째 유로존 위기(Version 2.0 of the eurozone crisis)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분석했다.

FT는 세계적인 채권 강세 속에서도 상승하는 유럽 주변국 국채 금리와 독일 분트와의 스프레드(금리 격차) 확대 등은 최근 유럽 금융시장의 상황이 상당히 좋지 않은 점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상반기 1.6%로 역대 최저점으로 내려갔던 포르투갈 10년물 국채금리는 최근 다시 4%대를 돌파했다. 국채 가격 하락과 확장적 재정정책, 높은 공공 및 민간 부채, 저성장 등은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국가들은 은행 건전성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은행동맹 실패, 초국가적 관리 기구 부재 등은 유럽 금융시장이 혼란을 겪는 상황이서 은행권이 받을 충격을 키우고 있다.

FT는 특히 6000여개에 달하는 유로존 은행들은 여전히 예대마진과 같은 과거 수익 모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했다.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도입된 마이너스 기준금리는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은행권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는 치명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날 유럽 의회에 출석해 추가부양 의지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0.3%인 ECB의 예금금리가 다음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0.5%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은행권 연쇄 충격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 심각한 문제는 ECB에 대한 불신이다. FT는 지난 2012년 '무엇이든 하겠다(whatever it takes)'라고 강조한 드라기 총재가 말처럼 과감한 완화정책으로 유로존 부채위기를 종식시켰지만 구조개혁에 소홀했던 점은 유럽이 또다른 위기를 치러야 하는 비용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CB는 물가 목표치 2%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유로존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4%에 그치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올해 자국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종전 1.1%에서 0.25%로 대폭 낮췄다. 지난 4년간 물가 목표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ECB가 인플레 2% 달성하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걸릴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FT는 유럽 당국이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은행 시스템을 과감하게 개혁하지 못한 것이 최근 위기의 원죄(original sin)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각국의 경기순응적인 긴축, ECB의 정책 실패 등이 더해지면서 은행권 충격을 시작으로 유럽 경제가 다시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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